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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BY 카리스마 2000-12-19

존 레논이 죽은지 20년이 되었다네. 비틀즈가 해체된지 30년이 되었다네.

한 10년 쯤 되었나. 비틀즈를 사랑한 한 청년이 있었다.
비썩 마르고 키만 멀쑥 큰 그는 슬픈 눈매나 가끔 보이는 돌출된 행동(그것은 실종에 비견되는)으로 더욱 그를 기억나게 하는 청년이었다.

어느날 그 청년이 내 곁으로 왔다. 그것은 결코 의도적이거나 어떤 다른 이유가 아닌 그저 내가 외로울까봐 잠시 곁에 있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당시 난 실제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그가 고마웠고 우린 줄곧 붙어 다녔다. 그는 비틀즈 발라드를 내게 선물했고 우린 항상 그 노래들을 흥얼거렸다. 가을 중간고사에 지친 시간 어느때쯤 이미 어둡고 쌀쌀해진 교정으로 그가 나를 불렀다. 우리 잔디밭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그가 불러주는 비틀즈로 조급해진 마음을 녹이곤 했다. 우린 함께 한 노래도 많았지만 비틀즈는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비틀즈를 더욱 사랑했다.
그는 예고도 없이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으며, 내 수첩에 자신의 말들을 몰래 적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필요한 건 나였다.
난 그의 강의실 근처에서 그를 기다렸으며, 그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잠시 또다른 외로운 영혼이 그를 흔들었으나 그는 굳건히 내 옆을 지켜 주었고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갔다.

어느날 정말 날벼락과도 같이 그는 내게 결별을 선언했다. 난 울었다. 그리고 처절이 그를 잡았다. 하지만 내 우는 모습을 뒤로 하고 그는 떠났다.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 다른 여자를 사귀는 일은 없을꺼라고, 널 더 아프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을 꺼라고 말하고...

그 후로 학교에서 자주 부딪히기는 했어도 서먹한 나날이었다. 그렇게 일년이 흘렀다.

다음해 봄이 오고 내 생일. 난 새로 생긴 남자친구와 다른 친구들과 축하하러 한 라이브 호프에 갔다. 거기 그 청년이 있었다. 우린 눈 인사만 ..
마음이 아팠다. 쓰라렸다. 그래서 더욱 슬펐다.

라이브로 노래 자랑을 한단다. 그가 나왔다. 그는 '별이 진다네'를 불렀다. 너무나 애절한 목소리로, 너무나 간절히, 두눈을 꼭 감고..
그는 1등을 했고 앵콜을 했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그것이 마지막이다.



- 별이 진다네 -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하나
별이 지면 하늘도 슬퍼
이렇게 비만 내리는거야

나의 가슴속에 젖어오는
그대 그리움만이 이밤도
저 비되어 나를 또 울리고

아름다웠던 우리 옛일을 생각해보면
나의 애타는 사랑 돌아올 것 같은데

나의 꿈은 사라져 가고
슬픔만이 깊어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만이 짙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