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돌아와 새벽같이 일을 하러 나가는
남편의 얼굴을 자세히 본게 며칠전인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살아가는 게 왜 그리 고단하기만 한 건지
옆에서 보는 나는 늘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찌보면 내가 등떠밀어 내 보내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요즈음 참 바쁘게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언제부터인가 난 그에게 더이상의 내가 바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일체 접고 사는 듯 합니다.
그저 하루 하루가 그렇게 바쁘게 지나가버리는데
자신을 위하여 운동을 할 시간의 여유도.....
친구를 만날 생각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난 그 어떤 이야기로도 더이상의 요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매달려 살아가야 하는 가
나 혼자서 회의에 빠져들 때가 있지만
그건 언제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칠 뿐
난 그에게 아무런 내색조차 하질 못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해야하는 것을 모르진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난 늘 기다림속에서 때론 지루해 하며 살아갑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오랜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정을 원하는 나와는 많이 다른 생각을 갖고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하여 밤낮없이 열심인 그에게
난 더이상의 주문을 하진 않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그가 하는 만큼 그냥 기다려 주렵니다.
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한다는 건 그리 쉬운일만은 아니란 걸
잘 알지만 그가 하고 싶은일에 모든 걸 다 걸고 있을 때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어느만큼을 포기하며
그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가야하는 건지......
기다림은 참 길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고 싶진 않습니다.
그가 살기 위하여 발버둥치며 내 옆에 있는 한
나는 그리 살아야지 싶습니다.
가끔씩은 아주 이기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때도 있습니다.
그는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자신이 하는 만큼 쌓여가는 무엇인가가 있겠지 .....
그런데 나는 이루기 보다는 무엇인가 자꾸
소진되어만 가는 느낌때문에
힘이 들때가 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있는데
새로운 돌파구라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에는
조금더 여유로울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가족끼리 오순 도순 손 잡고
들판으로 나아가 가을맞이를 하고 싶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서있는 내가
진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그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 기다림속에
서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