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5살박이 아들녀석은
조용하면 사고를 치고있다.
저녁나절
친구랑 전화로 수다를 떠느라
쥐알만한 녀석이 잠잠하단걸 눈치채지못했다.
잠시후 10살 누나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또 뭔일?"
딸래미 손에는 그야말로 비맞은 닭....처럼
빨간 속살이 다 드러나게 흠뻑 젖은 자그만 병아리가
안스럽게도 숨을 헐떡이며
거의 죽어가고있었다.
딸래미는 어느새 눈물이 뚝뚝...
부랴부랴 수건으로 병아리의 몸을 닦고
감싸주어도 병아리는 점점 기운을 잃어갔다.
점점 굵어지는 누나의 눈물방울을 보면서
작은녀석은 그제야 아차! 싶은지
덩달아 울상이 되어갔다.
"너 왜 병아리를 이렇게 만들었어?"하고 다그치자
금세 입을 함박만하게 벌리고는 울기시작했다.
"병아리 머리감아줄라고 그랬어요...잉잉"
한참 소란스럽던 참에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헤어드라이어를 가지고 나오더니
병아리의 몸구석구석을 조심조심 말리기시작했다.
내심 '저게 살아날까'싶었는데
잠시후 병아리는 힘차게 삐약거리며
발버둥을 치기시작했다.
그렇게 축 늘어져있더니만......
그나저나 살아나서 천만다행이지
그게 죽었더라면
오늘밤 우리집은 초상집처럼
눈물바다였을건데.
"너 내 병아리 한번만 더 건드리면 누나한테 주거어~~~"
작은녀석 눈물 그렁한 눈으로 누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 머리도 안감는 것이 병아리 머리는 왜 감겨?"
퉁퉁부은 누나의 한마디.
병아리가 무사하게 거실을 쏘다니자
우리집은 평소처럼 평화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