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딱 맞고
밑단의 바깥 부분이 조금 갈라진 청바지,
하얀 줄무늬가 있는 푸른색의 얇은 남방,
챙이 좀있는 캡이랑,
주유시 얻은 하얀 장갑이랑,
겹쳐 입은 조끼 등쪽 부분엔 유치원생쯤이 좋아할
"꼬마자동차 붕붕"이 조각천으로 붙어 있다.
오늘부턴 어지간 하면 자전거로 움직이려고
큰맘먹으며 시작하는 운동 첫날 나의 패션이다.
빅쎄일을 할때 사놓고 한번도 신어 보지 않은
하얀 운동화를 신발장에서 처음으로 꺼내 신으며
아버님에게 또 한번 확인을 한다.
"아버님 자전거는 잘가게 고쳐진거예요?"
"그럼~! 싹 고쳐 놨어, 자전거포에 가서..."
"알았어요,다녀 오겠습니다~!"
"응~! 갔다와!"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며느리의 아침 출근길에
아버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위아래를 훑으시며
인사를 받으신다.
늘 차나 스쿠터로 지나던 길에 자전거를 끌고 나서니
낯설은 길 같다.
재 정비한 철교위에
새로 산뜻하게 그어진 황색차선.
그 옆으로 마련된 자전거 도로위를
모자 눌러 쓰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힘껏 밟아대도 유난스레 느린것 같은걸 보면
그동안 차나 스쿠터로 익숙해진 속도감 때문인가 보다.
느려진 속도만큼 마음도 여유스러워 진것 같다.
철교 중간쯤에 오다 자전거를 난간에 기대놓고
아래를 내려보니 믈을 거슬르는 고기떼가 보인다.
낚시꾼들이 잡아놓고 숭어로 착각하는,
동서라는 민물고기떼들이 유속빠른 물골에 들어서서
위로 올라가면 뾰족한 수 라도 생기는양
집단으로 날렵한 몸놀림을 하며 올라가고 있다.
교복차림의 자전거행렬이 대여섯 지나가다
특별한 뭔가를 보고 있는줄 알고 자전거를 세운다.
"고기다! 잉언가봐!"
"아니, 저건 동서야."
"얌마, 동서래~ ! 근데 동서라는 고기도 있어요?"
생소한 이름에다 다른 뜻으로 연상되는 고기의 이름에
저희들끼리 키득거리면서도
머리는 여전히 강아래로 물고기들을 쫓고 있다.
나는 낚아본 사람답게 동서의 생김새랑 회유층을 설명해 주곤
자전거에 오르며 한마디 덧붙혔다.
"지각할라, 그만 보고 이따 올때 또 구경해~!"
점버를 입고 왔어야 했다.
찬 강바람이 아직은 얇은 옷을 허락하지 않는데도
난 갑자기 용감하게 겉옷 하나를 벗었으니
저녁에 또 견뎌야 할 추위까지 미리 걱정한다.
도로옆에 조성된 화단엔 산수유가 노랗게 피고 있고
백목련의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으며
연산홍들이 통통 영글어서
며칠내로 꽃을 피워 낼 폼이다.
공산성(公山城)에서 아침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몇몇 내려 오고 있었다.
건강을 지키기위해 부지런한 그들이
몇배 더 대단해 보이는 아침.
오늘은 나도 그들의 대열에 낀것 같은 마음이 든다.
겨우 자전거를 타고 나왔으면서도
운동후의 상쾌함이 듬뿍 솟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