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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에 담긴 가을...2


BY 인연 2001-08-19

찻잔 속에 담긴 가을...2

찻잔 속에 담긴 가을

일요일인데도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한자 길이만큼 열린 베란다 창문을 넘어 가을이 들어왔다.
명주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실바람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났다.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잉크 냄새 같기도 하고
잡초를 태울 때 나는 향긋한 풀 냄새와도 같았다.
냄새가 헤이즐럿 커피 향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가을이구나.
소리없는 탄성이 공허한 마음속을 맴돌다 추락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쓸쓸함과 그리움들이 기도를 타고 텅 빈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일요일 아침 나는
텅 빈 가슴속에 헤이즐럿 향을 채우며 쓸쓸함과 그리움이
가득한 중년의 가을을 맞이하였다.

찻잔 속에 담긴 가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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