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에 담긴 가을 일요일인데도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한자 길이만큼 열린 베란다 창문을 넘어 가을이 들어왔다. 명주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실바람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났다.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잉크 냄새 같기도 하고 잡초를 태울 때 나는 향긋한 풀 냄새와도 같았다. 냄새가 헤이즐럿 커피 향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가을이구나. 소리없는 탄성이 공허한 마음속을 맴돌다 추락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쓸쓸함과 그리움들이 기도를 타고 텅 빈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일요일 아침 나는 텅 빈 가슴속에 헤이즐럿 향을 채우며 쓸쓸함과 그리움이 가득한 중년의 가을을 맞이하였다. 인연의 글방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