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삼천포를 잇는 연육교) 흔히들 삶이 힘겹거나 살맛이 나지 않을 때 시장엘 가보라는 말을 한다 남편은 유난히 봄을 많이 탄다 봄만되면 꽃가루 알르레기 때문에 재채기에 코맹맹이에 눈물까지 남편에게 봄이란 계절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주일이었지만 연일 콧물에 눈물에 훌쩍거리며 지쳐하는 남편을 위해 미사를 저녁으로 미루고 포구로 나가 시장의 활기찬 모습과 사람냄새 생선 비린내도 맡으며 싱싱한 횟감도 사서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싶었다 오늘 하루만은 하느님의 중심이 아닌 나의 생각 나의 중심으로 지내보리라 마음먹었다 (밀물 썰물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어장 이름을 모르겠네요) 남해 창선의 뱃머리에서 삼천포로 가는 배에 올랐다 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들과 머리위로 맴도는 갈매기의 유희처럼 춘심도 두둥실 떠돈다 삼천포항에 닿아 항구의 어시장으로 갔다 휴일이라 시장은 갖가지 모습과 표정으로 북적댄다 언제나 그랫듯이 시장은 살아움직인다 억척같은 아주머니들의 억센 말투는 시장의 투박함과 정감을 준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생선 몇 가지로 회를 떳다 초장과 야채를 사고 가까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공원의 잔디밭에 앉았다 수많은 상춘객들이 소풍을 나와서 가족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창하고 분위기있는 만찬은 아니지만 입안가득 감칠맛 나는 싱싱한 생선회 한접시 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만족했고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은 재채기도 콧물도 흘리지 않는다 공원의 동백이 봄바람에 빨간 피를 흘리듯 마른땅에 뚝뚝 떨어진다 그 동백의 진 붉은 꽃잎을 보니 지구 한 쪽에서 피를 흘리고 있을 수많은 죄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아이의 겁에 질린 큰 눈망울이며 온통 붕대를 감은 부상자의 처참함이며 절규에 찬 그네들의 울부짖음이 정녕 하느님의 뜻일까 가해자들은 자기들의 뜻대로 자기들의 판단대로 기도를 할 것이다 하느님..! 이 전쟁에서 꼭 이길 수 있게 해 달라고 ...... 그것이 하느님의 뜻인 양 구원을 요청하겠지 하느님은 어디에 존재해 계실까 폐허가 된 전쟁터의 처참함에 계실까 아님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킨 안하무인에게일까 그냥 힘들어 할 때 위로해 주고 함께 해 주고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살면 안될까 무엇이 하느님의 뜻이고 무엇이 인간들을 지옥의 나락에서 헤매게 하는 걸까? 음악:생명의 강 (River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