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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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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여인


BY 사과나무 2001-08-17


일상의 단조로움을 탈피해 낯선곳으로 떠나고픈 마음은 누구라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늘 마음은 있지만 시간과 일에 발목이 잡혀서, 혹은 경제적인 제약(制約)으로 인해 길이
쉽게 열리지 않기에 아쉽게도 모든걸 내려놓고 혼자만이 훌쩍 떠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일을 가지고 있는 주부라면 미리서 치밀하게 계획을 짜지 아니한다면 혼자만의 여행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떠난 여행은 낯선 곳의 접변으로 크고 작은 충격이 가슴 속에 출렁임으로 간직 되고 자신과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민족이라도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풀어 헤쳤을 때 느끼는 정은 이방인이라는 낯가림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에 다녀왔던 인도네시아의 이름모를 해변.
바다 위에 목조로 지어진 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험한 밀림지대를 통과하고, 또 자그마한 오솔길을 오랜 시간 달린 후에 겨우 도착을 하였다.

한눈에 펼쳐진 바다는 썰물이 되어 비취 빛 바닷물은 저멀리 물러가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감미로운 석양 빛은 바다와 조화를 잘 이루었으며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내 자신이 압도 되는 순간이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더불어 여흥을 돋구어 준다고 낡은 키타를 들고 나와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던 이름모를 남자는 낡은 츄리닝 바지와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으며 햇볕에 곱게
그을려진 검은 얼굴이 낯설게 보이지 않았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하얀이는 조명을 대신하듯 반짝 거렸다.
낯선 이방인에게 정성을 다해 베푸는 써비스는 원주민들의 때 묻지 않은 순박함을 느낄 수 있었고 고향마을에 온것처럼 푸근한 정까지 들었다.

저멀리 바다위에 지어진 조그만 목조건물이 고요하게 보인다
고즈넉히 바다 위에 떠 있는 목조 건물은 해풍에 낡아질대로 낡았건만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먼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마중 장소였을까?
바다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놀다가는 아이들의 쉼터 였을까?
해가 지도록 아득하게 멀어지는 바닷물과 함께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공간이었을까?

금빛 모래가 가득한 바닷가에 자란 야자수와 병풍처럼 펼쳐진 밀림숲 그리고 바다위에 지어진 오래된 목조 건물과의 황홀한 조화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알고보니 디어헌터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란다.

지금도 가끔 나는 인도네시아의 그 해변이 눈에 아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바다위에 고적하게 떠있는 낡은 목조 건물, 그곳은 버겁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쉼터임에 틀림이 없었다.

많은 그리움을 안고 침묵하며 고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건물은 몹시 외로워 보였다.
왠지모를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그 바닷가의 운치...

그곳에 난 다시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