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문선명 목사 주재로 한국인 성 마리아씨(43)와 결혼해 교황청으로부터 파문 경고를 받았던 아프리카 잠비아의 엠마누엘 밀링고 대주교(71)가 성씨와 헤어지고 교회에 다시 충실하기로 했다고 교황청이 14일 발표했다.
밀링고 대주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11일 보낸 편지에서 “마음을 바쳐 교회에 다시 충실하겠으며 성씨와의 결혼생활을 접고 문선명 목사와의 관계도 끊겠다”고 했으며 “나는 교황의 비천하고 충실한 종”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교황청은 “(밀링고 대주교가) 영적인 은둔에 들어가 기도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의 반대를 무릅쓰고 5월 27일 뉴욕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 결혼한 밀링고 대주교에 대해 교황청은 지난달 17일 “8월 20일까지 결혼을 정리하고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파문시키겠다”고 통보했었다.
한편 밀링고 대주교가 지난주 교황청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자 13일부터 단식 농성중인 성씨는 교황청 발표에 대해 “밀링고 대주교가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말할 리가 없다”면서 남편을 만날 때까지 계속 단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성씨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임신한 것 같다”고 말했었다. 통일교 대변인 필립 솅커 목사는 “교황청이 성씨로부터 남편을 도둑질해 갔다”고 비난했다. 밀링고 대주교는 결혼 당시 “성직자가 독신생활을 꼭 할 필요는 없으며 하느님의 은총은 가족을 통해 내린다”고 주장했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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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동생이 전활 했다..
"언니... 얼마전에 남편 선배 부부가 다녀갔는데.. 아이가 초등학생이고 여섯살이라나.. 그런데.. 그 사람들, 뭐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중년의 분위기가 믈씬 풍기더라.. 고작 우리랑 10년정도의 차이일뿐인데... 나도 10년 후에는 그렇게 별수없이 늙어지는 그런 보통 아줌마가 되겠지? "
하고 걱정스럽게...
한숨지으며 물어왔던 게 떠올랐다..
아이 보기가 한결 수월해진 요즘...
나는.. 뭔가 한창 매진하다가 그 대상을 잃은 한 마리의 독수리마냥 하루 하루 시들어가는 중이다...
내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내 앞으로 삶에 있어 행복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지 큰 의문이 파도가 되어 머릿속 한켠에서 밀려왔다 밀려간다..
언젠가.. 시댁에 가서 시어른들이 계신 자리에서 딸아이를 쪼물딱거리며..
"얘가 나중에 커서 서울대학이나 척하니 붙어주면 모를까 이제 제 인생에 낙이라는 게 있겠어요?"
하고 우스개 소리를 하자.. 시아버지께서..
"그건 다 허영이다.."
하고 대뜸 면박을 주셨던 것이 생각난다...
남편이.. 나중에 자리를 잡고.. 내게 백화점을 통째 살수 있는 큰 돈을 벌어다 준다해도...
딸, 달이가 나중에 자라서... 서울대학에 들어가고 외국에 있는 유수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일등 신랑감을 만나 일등짜리 인생을 산다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규는.. 나날이 머리속이 텅비어가고 축 늘어져만 가는 늙은 마누라에게 하루하루 정이 식어갈테고...
아이는 커서... 좋은 대학이라도 들어가면.. 엄마의 허영에 제물이 되고만 자신의 10대를 돌려달라고 아우성을 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위치는 엄마가 임의로 만든 것이지 원래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니었노라 하며.. 이제부터라도 꼭둑각시 생활을 청산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겠노라.. 표방하고 나를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설사 일이 잘 풀려서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먼훗날.. 떼돈을 번 남편은 일요일마다 골프나부랭이를 치러 다닌답시고.. 나를 내팽개칠 것이고...
딸 아이는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나에게 손주녀석들의 육아를 전담시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래저래 인생은 구질구질하다...
이런 구질구질한 인생의 배후에는 항상 결혼이라는 과정이 숨어있다...
결혼을 기점으로 인간의 인생은 참으로 구질구질한 행로를 걷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후회하고 돌이키고 싶은 결혼이라는 현실이.. 세상의 어느저편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은 큰 의미가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선하다...
한점 흐림없이 맑고 청명하기만 한 청송의 하늘처럼 눈부시게 푸르고 맑은 날이 내 인생에도 하루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애엄마가 애를 내팽개친다는 주위의 질타쯤은 하루 정도 접어두고 한점 시원한 바람에 내 몸을 맡기고 정처없이 시골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길의 한 모퉁이에선 "학생~" 하고 부르는 그 그리운 소리를 한 번쯤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