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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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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보는 눈이 있다구요!!!


BY 이쁜꽃향 2003-03-24

자다 말고 부시시 깨어 무심코 화장대 앞에 앉다가
소스라치게 깜짝 놀랬다.
웬 몽달 귀신이 거울 속에서
뜨다 만 눈으로 날 째려보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허~걱!!
이 모습이 그 잘 난 나란 말인가...
믿을 수 없어,
정말 믿기 싫어라...
산발한 머리
푸석푸석하고 칙칙한 피부,
게슴츠레한 눈-팅팅 부어 있다...

문득 어제 들은 동창생의 얘기가 떠오른다.

친구는 작년에 유치원 원장이 되었다.
그 전에 할머니 원장님이 삼십여 년 운영하시다 퇴직하신지라
친구가 그 뒤를 이은 것이다.
연로하신 원장님과 그 동안 늘 모녀처럼 붙어 다니는 걸 본 아이들이
친구에게 '원장선생님'이란 호칭을 전혀 쓰질 않는다고 한다.
친구는 워낙 부지런 한 지라
때로는 운전도 하고
주방 일도 거들어 주고
아이들 학습지도도 해 주곤 하는데
아이들은 그 친구를 여전히
옛날 원장님께 하듯이'할머니'라 부른다고 한다.
화장기 하나 없는 노르스름한 피부.
작달막한 체격에
의상도 늘 고상한 색상에 -좋게 말하자면-구식 디자인.
처음엔
할머니랑 같이 다니는 게 습관 되어 그러나 보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전혀 바뀌질 않아
때론 난처한 적도 있었나 보다.

고심 끝에
유난히 '할머니'라 부르는 녀석을 교무실로 불렀다.
'얘, 난 할머니 아니란다.
선생님이야.
앞으로는 할머니라 부르지 마세요.'
아주 부드럽게 달래며 표정을 살피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더란다.
몇 번을 설득하다 결국 과자를 쥐어 주며
'앞으로는 할머니라 하지 말고
선생님이라 부르세요~'라며 머릴 쓰다듬으니
고녀석은 과자를 쳐다 보며 한마디 하더란다.
'에~~이잉,
나 과자 안 받고 싶다...'
하며 손을 뿌리치고 뛰어 나가더니 제 친구에게 하는 말,
"저 할머니 진~짜 웃기지이~.
할머니가 과자 주면서 자기를 선생님이라 부르래.
에~이잉, 나도 보는 눈이 있는데...
어떻게 할머니를 선생님이라 하니???'

그 소릴 들은 친구는 너무 어이 없기도 하고
하도 우스워서 혼자 배를 잡고 웃었댄다.
'내가 그렇게 할머니 같니?'
묻는 그녀에게 웃느라 제대로 말도 못하고
'너도 화장도 좀 하고
맛사지도 좀 해.
옷도 밝은 색 좀 입고...'
정말 그래야할까 보다며
이젠 다 되어버린 인생이라고 깔깔거렸었는데...

밤에 본 몽달 귀신 내 모습도 장난이 아니네...
에그그그...
남의 얘기가 아니구만...
나도 할머니 소리 듣기 전에 피부 관리 좀 해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