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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을 따라


BY 떠나고파 2003-03-21

집을 나섰다.
선뜩 어디로 가야 할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봄이 오려 하는지. 길가에 개나리가 꽃봉오리를 빼꼼이 내밀고 서 있다. 난 어디론가 가야한다.
아니, 나를 모르는 전혀 다른 세상에 나를 섞고 싶다.
마음먹고 집을 나선것이 아니였다.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 햇살따라.....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빈자리가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창가 쪽 가운데, 의자가 비어있어 주저없이 앉았다.
오늘아침 햇살은 유달리 달랐다.
다른 모든것은 똑같았다. 시계바늘도 어김없이 새벽6시에 괘종을 울리고, 부산하게 아니 조심스레, 아침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설겆이와 집안청소를 했고 남편과의 짧은 대화속에 짧은 작별을.
오늘 하루 해야할 모든일을 다 해 놓았다고 난 생각했고 밤잠을 늘 설쳐 새벽이 늘 고역스러운 나는 얼른 내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내 방에는 큰 창이 하나 나 있다.
그때였다 .
빛이 였다. 빛. 나를 구원해 줄것 처럼 그 빛이 내게로 왔다.
집을 나오기 전까지 장애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행동 했을뿐이니까.
마을버스는 먼지를 뿜어내며 달리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시골 풍경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다만, 옛 시골은 자연이 살아 있다면, 이곳은 죽어 있다는 것뿐!
내가 집을 나서면서 내손에 들려 있던것은
지페몇장과 내가 늘상 들고 다니던 작은 주머니지갑 그것이 전부였다
이쯤에서 나에 대해 궁금해할까 몇자 적는다.
올해 나이 스물 일곱 결혼은 했다.
아이도 있다. 결혼 하기전 왜 그렇게 남자를 필요로 했는지 솔로인
내가 한심해서 몇날 며칠을 눈물로 보내기도 했었다.
지극히 나는 평범하다.
외모 또한 예쁘지도, 못나지도 않았뿐더러 남들이 보는 난 지극히 평범 그 자체다.
나는 혼자 있음에 늘 두려워 했던것 같다.
차 창밖 풍경은 어제와 또 엇그제와 변함이 없다.
사람들에 변함 없는 표정 같이...
내 표정은 어떤지 궁금해 차 창문에 비쳐 보았다가 얼른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가 아니였다.
예전에 내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다른이가 비쳐져 있었다.
나는 한 남자를 만났고, 사랑이란 단어가 없어도 우린 결혼했다
자연스럽게, 남자를 만나면, 결혼을 하면, 내가 고민하던 걱정이랑
근심은 사라질줄 알았던 나는 철부지 그 자체였다
나는 때때로 행복을 느꼈다
사랑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였다
여전히 나 라는 존재는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