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계속되는 남편의 출장으로
그와 나는 개운하게 풀어낼 무언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난 모처럼 혼자만의 휴일을 즐기려 했다.
보고 싶었던 영화 실컷 보고.....
새로 나왔다는 향기나는 맥주도 한잔 마셔 보고....
이곳 저곳 서랍을 꺼내어 가지런히 정리도 하고...
비내리는 저녁을 그냥 우울하게 보내기엔 좀 그래서
집에 있는 야채들을 모두 섞어 만든 야채 부침개도 만들어
먹으며....
혼자 있는 시간에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는 걸
마치 누구에게 알리기라도 해야할 것 처럼
느긋한 여유를 즐겼다.
헤즐넛 향 커피도 내려 놓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나른한 오후도 그냥 좋기만 했다.
단잠에 취해 있는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방문을 하고 있었다.
"난데, 피곤해서 기운이 없으니 삼계탕 좀 끓여 놓지"
무덤덤한 남편의 몇마디에 달콤한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린다.
닭을 사다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씻어 안치고, 인삼을 넣어
푹푹 삼계탕을 끓이고 있었다.
맛깔나는 겉절이를 무쳐내고.....
안 매워 보이는 풋고추 몇개와 쌈장....
그리고 새콤 달콤한 오이 무침....
그런 저녁을 차리는 난 또 한 남자의 아내로 돌아가야만 했다.
홀가분한 자유스러움에서 이젠 벗어나야 하는 시간인 거다.
남편은 출장중에 쌓인 피로 때문에 초췌한 얼굴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삽시간에 그 모든일들을 해치우더니
세상에서 젤로 편한 자세로 쇼파에 누워 버린다.
내 집이 제일 좋다는 말을 연거푸 늘어 놓고 그는 맛있다고
저녁을 든다.
설겆이를 마친 나는 한 잔의 차를 마주하고 그와 앉아 본다.
그는 무릅 베개를 하고 누워서 베시시 웃음을 띄며
"미안해" 하고 말한다.
난 그저 웃음으로 답할 뿐 어떤 말로도 답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그가 원하는 데로 모든 걸 해주길
바라는 것에서 난 잘하려다가도 삐딱한 심기가 발동하곤 한다.
어쩌면 너무도 완벽하게 모든걸 해내다가
어느날에 그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하기 싫어지는 시간에도
난 어쩔 수 없이 그 모든일에 할 수 없이 임하는 그런일은
정말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어떨때는 좀 느슨한 구석도 가지고 있는 나라는 걸
그에게 알게할 필요는 있는 거 아닌 가 싶다.
그래서 난 이제부터라도
자주 주어지는 게 아닌 혼자만의 자유를
어떻게든 마음껏 즐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쌓이는 게 너무 많아
어느 순간 포기하고 살다가도 한계에 부딪게되는 시간에는
나조차 감당할 수 없지 싶어서.....
난 언제나 혼자만의 달콤한 자유를 누리려 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아니면 많이 심심해지는 자신이 아니었음 하는 거다.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내가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진짜 나만이 아는 나의 모습을 난 잘 끌어 안고 가야만 하는 것이
삶이니까.....
남편과 아이들에게 모든 걸 다 걸고 싶진 않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지마는....
마지막까지 나를 다 비우진 못할 것 같은 나는 참
어찌보면 이기적인 여자인가보다.
한번쯤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내 삶의 다른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내겐 얼마나 소중한 건지
그는 아마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을 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래도 나 만의 세계에 나를 빠트리는 자유스러움을
언제까지나 누리고 살 것이다.
나를 위하여 멋진 옷 한벌을 준비할 수도 있는
멋진 가을이.....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내 삶의 작은 부분을 잠시
접어둘 수 있는 나의 마음 한 귀퉁이 조차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