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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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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난장이와 남편


BY 사과나무 2001-08-16

항상 매일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익숙치 못한 나로서는 늘 시간이 임박해서야 일어나 호들갑을 떨며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헤매기 일쑤인데 요근래 며칠동안은 그야말로 아침 8시가 다 되어 기상을해버렸다
큰 아이 도시락을 싸놓아야 할시간인데 밥도 안올려놨으니 이런~ 한심한 엄마같으니라고....
스프링튀듯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시속60마일 정도로 뛰어나가는데 어머..누가 지어놓았을까..
맛있는 밥내음이 콧속으로 스미어 들어온다

아침밥이 다 되어 있는것이었다.

난 미안한 마음이 들어 화장실에서 세면중인 남편을 불러댔다
"여보~ 여보~ 일곱난장이 왔다갔나봐 "

이를 닦다가 얼굴만 사알짝 내밀며 나의 미안함과 고마움을 빨리도 알아채 주는듯 미소를 함빡 머물고 있다
서둘러 아이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보내고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또한다
헌데..
작심 하루도 안되서 난 그이튿날도 그만 또 늦잠을 자고야 말았는데..기상해보니 작은바늘은 8시를 가르키고 있고 긴바늘은 10분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눈을 비벼서 또 확인해 봐도 분명 시계는 8시 1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 이게 엄마라니..그래 엄마노릇 하기도 어렵다 어려워
왜 이놈의 학교는 급식도 않하고 말야 왜이리 날 고생시키냐..푸념을 있는대로 하면서
"할수없지 머..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갖다 주던지 해야지"
스스로 위로하면서 천천히 주방에 다다르자..어머..이건..
도시락이 얌전하게 식탁위에 있는것이었다.

장난끼 많은 남푠은 날 깨우기는 커녕 손수 아침을 지어서 아이 도시락을 싸놓구서 화장실에 들어가 내가 일어나기만 기다리며 씻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고맙기도 하지..울신랑
어쩌면 그리 속도 깊을까..그래..나 내일또 늦게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이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안심이 되는구려~
그래도 아무리 부부지간 이라지만 인사치레는 해야겠기에 난 큰소리로

" 여보~~ 또 일곱난장이 왔다갔나봐.."

이번엔 빠꼼히 문을열어보이며 한마디..

"그래? 우리여보는 백설공주 맞나보네..난장이들이 오는거 보니까.. 안그래?"
" 호호,,그러게 말예요..정말 기특한 난장이들이네.."

비록 어설프지만 아빠의 사랑이 가득담긴 도시락을 챙겨서 학교에 가는 아이를 보니 남편의 소중한 가족사랑에 가슴속에서부터 뭉클함이 솟구친다..

그래..오늘저녁은 정말 내가 실력발휘를 해서 남편에게 맛있는 만찬을 대접하리라..마음먹으며 분주히 시장을 돌아댕기며 남편이 좋아하는 찌개꺼리도 준비하고 여러가지 나물들도 사가지고 왔다
퇴근하며 들어오는 남편은 맛있는 찌개냄새가 난다며 좋아하며 넌지시 한마디..

"오늘 별일 없었지? "
"응..별일은 무슨..?"
"아냐~ 밥줘 배고프다.."

맛있는 찌개를 먹으면서 당신은 김치대학 찌개꽈 를 나왔나봐 하며 또 너스레를 떨어대는 남편이다
항시 식사를 마치면 맛있게 잘먹었다고 하여 늘 부족한 나에게 격려를 해주어 분발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난 어렸을때부터 주방일에 관심을 갖곤 하였지만 엄마는 주방근처에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하여 난 걸레한번 만져보지도 못한채 시집을 왔던 완전히 왕초보엉터리 주부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처음엔 김치를 담가본다고 하며 열심히 담구고 보니까 고추가루는 준비도 안한채 김치라고 담근적도 있었으니까..

식사를 마친 남편..

"여보~ 현관문 잠궜나 확인해봐.."

참고로..우리집 현관문은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 문이다

"왜?..당신이 맨 나중에 들어왔쟎아.. 잘 닫았으면 잠겼겠지 뭐.. 근데 왜 갑자기 문은 왜 확인하라는거야.."

"으응~...일곱난장이 힘들까봐.. 낼아침부터 못오게 할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