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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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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이길을 꽃가마 타~고


BY 바늘 2003-03-20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팀장은 신혼여행을 다녀오더니 더욱더 복사꽃 처럼 환한 표정에 곱디 고운 새댁이 되어 그옆을 지나노라면 고소한 참깨 냄새가 진동 하는듯 행복함이 묻어나온다.

머나면 그 옛날 나에게도 그런 분홍빛 시절이 있었을 터인데...

꽃몽아리 터지는 춘삼월!

엇그제 퇴근길 친구와 만나 나누었던 빈속에 술 한잔이 그간 나름대로 애써 누르고 눌렀던 엉켜지고 구겨진 마음에 빗장을 허믈게 되어 펑펑 눈물 흘려가며 서러움에 나를 놓아버렸다.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자리 잡아 행복한 안정에 여유로운데 이 어찌 산넘어 산이요 고개넘어 또 고개란 말인가?

취기 때문이었을까?

어디서 나온 용기(?)였는지 1년여를 망설이던 발걸음을 남편에게로 향하였다.

그간 아이들에게서 들었던 대충의 위치를 더듬어 택시를 타고 그곳에 도착하였는데 차마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 였을까?

밤늦은 시간 남편이 하는 음식점에서는 마지막 손님들이 나가고 있었다.

얼마전 아들 아이에게 듣기로 내부 수리를 몇일간 했다는데 커다랗고 훤한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봄이라지만 바람은 왜 그리 차갑게 스며드는지 음식점 건너편 어두운 곳 한켠에 몸을 기대고 한시간여 그곳을 주시하고 섰는데 쓰러질듯 어질하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는 증권가에서 한때 자기 자리를 굳혀 그리도 잘나가던 남편이 빨간 고무 장갑을 끼고 주방과 홀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테이블 정리를 하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또한 늘상 의문속에 존재였던 누군가도 아이 아빠 곁에서 그렇게 분주히 분주히...

말도 안되 이건 정말~~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는지 남편과 누군가는 나란히 앉아 뭔가를 먹는지 다정스레 얼굴을 마주하고...

내눈에 그렁 그렁 눈물이 가득차고 나도 몰래 달려오는 차도를 무단횡단으로 걸어나갔다.

이순간 제발 이자리에서 내가 죽어 버렸으면 싶었다.

진행하던 차들이 놀랐을 터인데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위험, 아무런 두려움도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남편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이럴수는 없어 없다구~~ 남편은 다급하게 나를 부르며 뛰쳐나왔다.

바아보~~~

할말은 많았지만 그냥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다시금 펑펑 울었다.

이풍진 세상에 희망은 무엇일까?

사무실에 봄꽃 매화 닮은 신혼의 새댁 팀장을 바라보면서

흘러간 옛노래 한소절이 무심코 떠올랐다

옛날에 이~길을 꽃가마 타고~ 서방님 따라서 시집가던길~

여기선가 저기선가 복사꽃 곱게 피어나던길...

흥얼 흥얼~~~~~~

이렇게 봄날은 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