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커피 한잔이 뭐가 그리 위안이 된다고 아침부터 들고 앉아서 분을 삭이고 있는 중이다.
뭐부터 잘못됐는지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아무리 끼워 맞추려고 애를 써도 그러면 그럴수록
얘기가 꼬이기만 하니 머리가 돌 지경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 뒷감당을 하자니 너무 힘들고 황당해서 나마저 정신이 나가겠고,
내딴엔 정말 조심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얘기 꺼내면 잔불에 기름 끼얹은 것처럼
길길이 뛰니 도대체 사람이 감당을 할 수 있어야지……
어제는 언니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고향을 다녀오는 중이었다.
친구 남편 병문안도 하고…
내려가기 전에 고향친구 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친구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사경을 헤메고 있다고…
그 친구 어렸을 때 무지 예뻤었다. 키도 크고…… 누군가가 미스 코리아 를 출전해 보라고 권할만큼 예뻤었다.
에휴~~ 근데 결혼이 뭔지 그 구렁텅이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은 늙어서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볼에는 주름이 잡혀 움푹 패인채 세수도 안하고 넋이 나가서 눈은 퀭 하니 십리나 들어가고
얘가 옛날에 그렇게 예쁘던 걘가 할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간에 바람결에 들리던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다.
남편이 무척이나 속을 썩인다고…..그래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할 정도라고,
남의 속을 들여다 보면 누구네 는 그렇지 않은 집 있겠냐고 하겠지만 소문이 밖으로 퍼져 나올 정도면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서울에서 미적이다가 오후에 출발을 했더니 주말이라 어찌나 차가 밀리던지 6시에 만나자고 한 친구들을 병원으로 오라고 하여 10시경에 겨우 친구 서넛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늦은 밤이라 자리를 옮기지도 못하고 병원 계단에 앉아서 잠깐 한마디씩 수다를 떤다
는게 벌써 12시가 넘었다.
몇 년 만에 본 얼굴들인데 그냥 헤어지기 섭섭 했지만 남편들의 전화호출이 심해서 아쉬워 하며 헤어졌다.
뒷날 아침부터 정신없이 결혼식장에 갔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온다는게 그래도 하루가 거의 지나가 버렸다.
남편이 차를 운전하고 겨우 고속도로를 들어서서 오는데 친구 한테서 잘 올라 가냐고 전화가 왔다.
전화로 못다한 얘기를 길게 길게 하고는 끊었다.
한데 남편 표정이 수상하다.
그래서 불렀다.
대답이 없다. 골이 났다는 뜻이다.
영문을 모르겠다.
다시 불렀다.
역시 대답이 없다.
“왜그래?”
역시 대답이 없다.
“아~도데체 왜 그러냐고?”
“뭐가?”
“뭣땜에 그래, 말을해!”
그제사 겨우 한다는 말이, “뭐?, 속썩이는 남편을 뭐 어쩌겠다고?”
“???”
“뭔 소리야?”
“니 맘이 그 맘 이니까 나한테도 그러겠다 는거 아냐?”
“도데체 무슨 소리야?”
이건 웬 뜬금 없는 소린가?
머릿속을 재빨리 정리를 했다.
오호~ 그 얘기였어?
친구랑 전화로 얘기 하는중에 어저께 병문안 했던 친구 신랑 얘기인가 보다.
‘그렇게 속 썩인 남편이 뭐가 좋다고 지극정성을 다하냐고……
나 같았으면 누워있는 남편 머리라도 한대 쥐어 박겠구만…’
그 귀절 이었구나.
“왜 찔리는거 있어?’
“찔리긴 누가 찔린대?”
이렇게 시작한 싸움이 한계를 넘어서고 말았다.
좁디 좁은 공간에서 차는 밀려서 짜증스럽기 그지없고, 정말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말이 말꼬리를 잡아당기고, 그 꼬리는 다시 꼬리를 물고……
“참 내 챙피해서… 아~ 처남들있는 데서 예의없게 런닝 차림이 뭐야 그렇다고 일일이 말을 할 수도 없고….”
“그게뭐 어때서! 그것도 실수라고 말하는거야!”
“윗 사람앞에서 담배 뻑뻑 피는건 어떻고…”
“그러는 너는 뭐 그리 가정교육이 잘 되었다고…”
지나가는 차 속에서 흘끔 흘끔 쳐다보는데도 아랑곳 않고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꽥꽥 지르지를 않나, 갖은 자극적인 얘기는 다 꺼내니 정말 이러다간 사고라도 낼 것 같았다.
급기야 휴게소에 나 내려달라고 다른차 얻어 타고 가겠다고 했다.
사실 남편이 정말 내려놓고 가 버릴까봐 좀 겁나기도 했지만 약이 오를대로 올라 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도저히 같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차가 휴게소에 닿자마자 후다닥 뛰어 내렸다.
그리고 냅다 달려서 남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화장실에 갔다가 휴게소 커피 자판기 앞에서 한참을 서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리고 또 한참 있다가 슬금슬금 남편 차 있는 데로 갔다.
‘가고 없기만 해봐라 정말 이 기회에 이혼 이란걸 하고 말아야지’
은근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며 갔더니 차도 남편도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곤 아무 말도 없었다.
길고긴 길을 묵묵히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 난 잠이 들고……
그리고 오늘 아침이다.
정신없이 아이들 학교 보내고 마지막으로 남편이 나갈 차례, 아무도 없는 것 처럼 서로 말도 없이 남편이 나갔다.
그리고 난지금 무척 분해 하고 있다.
참고 살아온 지난날이, 보내버린 지난날이 너무 아까워서 분해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