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살에 닿는 바람에서
이젠 제법
이른 가을을 느낀다.
가을이 되면
왠지 많이 쓸쓸하지 싶다.
사랑한다면....
내 마음 한 구석 어딘가를
누군가가 들어와서 차지하여도 좋을 만큼
여유롭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 있는 순간
아무리 사랑하여도 여전히 쓸쓸한 건 아닌지....
거울속에서 낯선 여자 하나를 만난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왜 그리도 그 웃음에 아픔이 묻어나던지....
가을은...
어디엔가 있을 내 반쪽을 찾은이에게도
그저 괜스레 가슴 시린 그런 계절이 아닐까?
따뜻한 것을 찾느라 자주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들에 대한 불만도
하나 둘씩 늘어만 갈 터인데....
여름내 시원함을 주던 내나무 자리도
이젠 다시 돌아가야 하고....
내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오렌지 빛 카핏 한장으로 썰렁해 보이는 거실에
따뜻한 옷을 입혀야 겠지....
난 또 그렇게 한 권의 책과 함께
어김없이 그곳에 앉아서
새로운 가을을 맞고 있을 테지....
늘 마시는 커피도
더더욱 향기로워 지고
말수가 점점 줄어드는 여자가 되어있겠지.....
생각이 많아질수록..... 생각에 빠져들수록.....
더더욱 말을 잃어버리는 그녀의 머리속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차 있는 건 지.....
사랑한다면....
나 조차 알지 못하는 나를
조금더 솔직하게 비워 두어야 하지 싶다.
옆 자리에 앉아 있는 그에게
더이상의 그 무엇도 바라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닌지
늘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란 거에 대하여
생각해야 겠지...
사랑한다면....
초라한 그의 모습에서조차
애쓰지 않아도 일고 있는 내 마음의 아픔 조차
모두 가다듬어
그를 향해 보내야 하리....
작은 말 한마디에도 그는 그렇게 행복해 할 지 모르니까....
아주 커다란 덩치의 그는
늘 언제나 내게 참 많이도 기대어 오지....
어린 아이처럼 응석도 부리면서....
그런 그를 감당할 수 없는 시간엔
내 거부의 몸짓으로 언제나 파문은 일고....
살아감의 어려움으로 몸서리를 치곤 했지...
사랑한다면....
그에 대한 내 사랑의 깊이가 어느만치인지
알고 있어야 하지 싶다.
결코 화려한 모습의 그가 아니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그라면
언제나 맨발로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나는 그런 여자여야 하는 건데....
언제나 난 내 차가운 이성의 늪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리 살지 싶다.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솔직해야 할 터인데....
두꺼운 껍질옷 속으로 자꾸만 숨어들어가는
내가 되고 만다.
사랑한다면....
가을이 좋을 듯 하다.
가슴 언저리에 휑한 바람 한줄기 스치고 지날때
그만큼 마음의 문이 열리기 쉬울테니까.....
채워도 채워도 빈자리일 뿐...
좀채 채워지지 않는 마음 구석을 달래어줄
그런이를 찾아 떠나는 가을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사랑한다면....
나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겠지
사랑한다면....
이름모를 들꽃 향기에도 함께 기뻐할 수 있고
그 향기와 더불어 그의 시린 가슴을 메만져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하리
한 편의 시도 더 없이 아름답고
무작정 써내려간 글이 마음속에 와 닿기도 하면서
사랑한다면....
낮은 목소리로 누구의 삶에 대하여 진정어린
걱정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리
그의 아픔이 이미 나의 아픔이 되고
내가 그가 되어
반의 아픔이 될 수도 있음에 감사하며
우린 늘 그렇게 살아야겠지
사랑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