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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1

아빠 마음..


BY 나비 2003-03-16


아빠는 우리집에서는 항상 왕따입니다.
애들만 보면 잔소리를 어찌나 하는지
딸년은 아빠랑 얼굴을 마주치치않으려고하고
아들놈은 집에 안들어오기를 밥먹고 똥싸는것보다 더욱 자주했습니다.


그래서 괴로운것은 늘 힘없고 약하고 어디갈데도 없는 이 엄마였죠.
안그래도 잔소리 대왕께서 애들이 듣지않는 잔소리까지
이몸이 들어줘야했으니...
그 임금에 그 신하라고 따라서 나도 애들만 보면 잔소리로 시작과끝을 맺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큰일을 저지르고 다니거나 하는건 아님니다.
차라리 크게 야단치거나 나무라는일이면 명분이나 뚜렷하기라도하죠.

방좀 치워라.
머리카락좀 줏어라.
칫솔은 쓰고 제자리에 놓아라.
먹은 컵은 설거지통에 갖다놓아라.........등등등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말들을
늘 입에다 달고 다니면서 피곤하게 만드는게
그사람 취미이자 장기이자 특기인걸 우리식구들은 이미 알아차렷기에
당신은 하시오 나는 들으리로다...
그러다보니 늘 혼자서 겉돌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커버리니 식사시간도 일정치않아서 각자 밥을 먹을때가 많으니
밥상에는아이들이 없을때가 태반입니다.
그럴때면 이 무심하고 태평한 엄마는 꾸역꾸역 밥만 잘 먹슴니다.
이 잔소리쟁이 아빠는 이놈이 밥은먹나 행여 고기라도 올라오는날은
꼭 아들놈생각하고 딸년 생각하며 잠시 젓가락을 주춤합니다.

"애들은 더 잘먹고 다녀 지들 좋은걸로 ...어여 드시기나하셔.."
궁상떠는것 같아서 되레 제가 잔소리를합니다.
있을때 잘하지 ...
애들 있을때는 잠시도 가만히 안 두면서...꿍시렁꿍시렁~

아들놈은 군대 문제때문에 더욱더 아빠랑 얼굴을 마주치기 싫어했습니다.
아빠는 일반 병으로 얼른 입대해서 얼른 제대하는게 좋다라는입장이었고
아들은 부사관(하사)으로 입대해서 복무기간은 길지만
월급도 나오고 집안형편도 낙낙지 않으니 자기가 알아서 공부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저야 물론 아들놈말에 쌍수를들고 환영했죠.
이몸이 무얼 알겠습니까?
단지 군대란 몸이 조금 힘이 들겠지만 신체건강하고 마음건강하니
군대에서도 잘 적응할것이다 이런 결론하에....
"그래 그래 군대에서 월급도 준다니 그런것도 있었니? 잘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의 생각은 고생을 길게하니 마음을 바꾸라며
아들 얼굴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얘기를 시작합니다.

요즘 애들이 말을 듣나요?
그래서 아들은 지난 2월17일에 지놈 고집대로
부사관인지 하사관인지 한다고 논산훈련소로 떠났습니다.
보내고 오는시간부터 아빠는 안절부절입니다.
내가 ...나라를 믿어!
요새 군대는 좋아졌대..그런 위로의 말도 통하지가 않습니다.
마치 자기가 군인인 된것마냥 아들이 입대한날부터 날짜를 세기시작합니다.
이제 하루갔네..
이제 이틀지났네..
기상시간이네...
밥먹고 식기판 닦는시간이네...
점호받고 취침하겠네...
늘 아들 생각으로 달근달근합니다.
어이구~~~~~~있을때 잘하지..
암만 혼자서 애가탄들 아들이알아주나 ...
알아줄수없는 사랑을 가진게 측은하고 불쌍하게도 보입니다

엄마가 아빠에게 유일하게 잔소리할수있는부분이 있으니
그것은 난방과 온수였습니다.
항상 집에있을때는 보일러가 팡팡 돌아가야하고 손이라도 한번 씻을려고하면
뜨거운물이 콸콸 쏟아져야합니다.

기름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매국노적인 행동입니까.?
그래서 엄마는 늘 보일러를 확인하는 일을 주저하지않습니다.
언제나 엄마가 하는일...보일러끄기.

그런데 아들이 군대간날부터 보일러가 얌전히 온도가 낮추어져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세수도 찬물로하는지 씻고나오는 얼굴이 시뻘겋습니다.
기름값 을 아껴줄려고 작정한 사람같습니다.

사람이 열번 변한다더니....
어쨌거나 이엄마는 할일이 하나 줄어들었으니...룰루랄라입니다.

아빠가 하루는 심각한 얼굴로 엄마에게 얘기를 합니다.
내가 추운 방에서 자고 찬물로 씻는 이유는..
아들놈이 군대에서 추운데서 고생하고 찬물로 씻을테니
자기가 따뜻한 방과 물을 쓸수가 없는 마음이랍니다.
엄마는 요즘 군대 좋아져서 하나도 안 춥다고 위로를하지만...

정말 정말 아빠의 따뜻한 마음을 아들놈에게 속달로 부쳐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