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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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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놈은 지 맘대로....


BY young5905 2003-03-15

할메 1. 며칠전, 비오던 날. 내리는 비 만큼이나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했다. 이른 아침이라 가게안도 조용하다. 할무이 한분이 가게문을 쓰윽 밀고 들어오신다. 이것 저것 고르니 두 보따리.. 우산쓰고 들고 가기에는 좀 무리겠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거 저기 경로당까지 갖다주면 안되겠나"하신다. 우짜노 !!!내 혼자 뿐인데!!!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경로당이라 멀진 않지만.. 그라믄 가게는????.. 또 안된 마음에 경로우대 해드린다고 "할무이 그라믄 가게 잘보고 계시쑈" "손님 오시면 줄 세아놓으이소" 하곤 쏟살같이 달려갔다. 근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요상한것이라 물건을 경로당에 들여놓고 돌아서는 순간 어떤 생각이 나의 머리를 때렸다. "혹시 2인조 네다바이????" 옴마야 어찌나 마음이 바쁘던지 날라서 왔다. 할머니는 가게를 얌전히 봐주시고 손님들도 제각기 볼일에 열심이고 나만 바빳던 사람인가? 나만 나빴던 사람인가? 아! 얼마나 어리석은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원래의 나는 그 순간에 어디로 숨어버렸단 말인가?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것인지 사회의 불신 풍조가 날 이토록 서글픔에 젖게 하는 것인지 괜히 할무이한테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 소리쳤다. 할매요,경로당에 할무이 친구분들 많이 계시데예 얼른 가셔서 재미나게 놀다 오이소.. 어이구 바보같은 나... 할매는 그것도 모르고 "새댁아 참말로 고맙데이.... 오는 재수 있어라... 장사 잘해라이... 아이구 시려오는 마음이여!!!! 어이구 저려오는 마음이여 할매 2. 은행을 나오면 건널목을 만난다. 건널목 저켠 전봇대 밑에 언제나 계시는 할매. 좌판이라 해봤자 무우시래기 삶은 것,잔파 조금, 마늘 깐것.등 등 등.. 다 뭉쳐 모아도 한 보따리도 안된다. 오늘도 은행다녀오는 길에 할머니의 좌판을 유심히 바라본다. "콩잎을 노오랗게 삭힌것" 위에 지방 사람들은 낙엽이라고 안 먹는다지. 그래, 저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양념을 맛있게 해서 한장 한장 양념을 바르는 것이 힘든 만큼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지 할매 요거 얼마예요? 응 두 모케비(두묶음)더 사라? 아이구 저 양념 바를려면 힘들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거절을 못한다. 얼마 안되는 벌이지만 엄마 아빠없는 손주들 키우시는 밑천임을 알기에 하나라도 더 팔아 드리고 싶다. 할머니 삶처럼 거칠고 투박한 손. 우리네 생활이 왜 이리 각박해져 가는지 부모도 내 몰라라하는 손주들 왜 할매는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서글픈 우리의 현실이 밝은 햇살속에서 슬픈미소를 지으며 하루해를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