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전에 가끔씩 아이들에게 다니러 서울올때는
지하철을 탈때마다 일일이 사서
구멍으로 밀어넣고 나갈때 또 넣고...
그런데, 다른 사람들 하는 모양새를 보니
지갑통째로 출구 윗판에다 턱 하니 대고는
나가고 들어간다.신기하다.
나만 시골뜨기라서 일일이 표를 손에 쥐고
구멍을 넣었다 뺏다하나싶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지갑속에 표를 슬쩍 넣고는
나갈때 지갑을 턱 올렸다가 나갈려니
에구머니! 걸림쇠가 비켜가지를 않았다.
뒷사람보기 민망해서 돌아서서 얼른 표을 꺼내어
넣고는 나왔지만 "왜그렇지??!!"
갸우뚱했었다.
집에 와서 딸애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배를 잡고 방바닥을 뒹군다.
( 딸아이 웃음소리는 끝내준다. 온 집안이
들썩할 정도로 호탕하게 웃는다.시집이나 제대로 갈런지 모르겠다.)
"엄마,그 표랑 엄마가 산 표는 달라요"하면서
지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보여준다. 일명 pass card!
엄마의 주책에 딸애는 계속 웃어대고....
"엄마도 만들어드려요?"
"됐다 마,어쩌다 오는데 뭐하러 사니"하며
큰소리로 웃는 딸애를 한대 쥐어박았었다.
이사올일 없다며 장담했었는데 수도권으로 장기간
거주할줄 누가 알았을꼬.
경남에 있을때 지역은행을 거래했는데 이사온후로
내가 사는 근처에는 없어서 불편하여 은행을 바꾸면서
카드도 새로 만들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가면 계산대에서
나만빼고(그렇게 보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드로 결제를 하는것이다.
장을 볼때는 많아야 몇만단위이고
2만원정도면 장을 볼수있었기에
현금으로만 지불했었다.
마트에 같이간 앞집새댁도 역시 카드결제를 했다.15,000원도...
"그 정도면 그냥 돈을 주지 뭐하러 카드로해요?'
"월말에 카드 쓴 내역이 우송되어오면 일일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잊어먹기 쉬운 금액도 상세히 알수있잖아요,그리고
정부시책도 카드사용을 권하니까요" 그건 맞는 말이다.
카드사용을 하면 년말에 세금공제혜택도 있고
투명성 있는 상거래라 탈세도 방지 할수있어서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권장을 하는줄 알기에
금액이 큰 물건을 살때는 사용했다.
그러나,'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말처럼
카드의 폐단이 더 많기에 아이들에게도
카드사용을 못하게하고 나도 카드사용을 억제하는편이었다.
하지만, 저축금액의 한도 내에서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새댁처럼 오히려 현명할수도 있겠다.
언젠가 부터 게으름이 나서 가계부도 안썼다.
뻔한 지출이기에 월급날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만
체크를 하면 나머지는 생활비이니까 그냥 되는대로 썼다.
은행창구아가씨에게 아예 차탈때 쓸수있는 패스까지 겸용할수있게
만들어달랬더니
"요즘은 자동적으로 그렇게 나와요"
"그럼, 이 카드로 버스나 지하철도 탈수있나요?"
그렇다며 상냥하게 웃는 아가씨를 뒤로하고
카드를 쳐다보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현금카드도 되는데 차를 탈때마다 지갑을 꺼집어내다가
잃어버리면 큰일나겠네,'
돈이 필요할때만 가지고 나가서 인출기에서 꺼내어 쓰고
평소에는 집에다 두고 다니는데 일상용품처럼 항상
지니고 다닐려니 건망증이 심한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괜찮겠지 싶어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가방안에 넣었지만,마트에 갈때는
카드는 집에 두고 지갑만 손에 들고 우메한 여자처럼
여전히 현금으로 지불한다.
며칠전에는 인사동에 나갈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야했다.
드디어 패스카드를 써먹겠다싶어 챙겨서 나갔다.
지갑속에는 현금도 들어있어 카드는 따로 작은 지갑속에
넣어 주머니에 넣었다.
'과연 이 지갑을 출입구에 올리면 들어갈수있을까.'
내 기우와는 달리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금액인지 뭔지 숫자가 찍히더니
내몸은 밀리듯이 쑥 안으로 들어간다.
신기하다는 마음과 함께 뿌듯한 느낌이 왔다.
지하철을 탈때마다 가방을 뒤져 잔돈을 꺼내어
행선지를 말하며 줄을 서서 표을 사던 내가
뜨내기가 아닌 수도권에 사는 공동체운명을 지닌 뭔가 특별한 위치의 사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제는 버스를 타면서 ' 버스에서도 적용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카드를 들고 탔는데
지하철과 달리 카드를 올려 놓는데가 없다.
버스기사아저씨께
"어디다가 대야하나요?"
'이 아줌마가 외계에서 왔나.사용할줄 모르는
카드는 왜 가지고 다니남'
멀뚱거리며 쳐다보길래 민망해져 머뭇거리는 나에게
맨 앞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옆에 그냥 갖다 대면 돼요" "아!!!" 삑~ 소리가 났다.
어제도 오늘도 저만치 봄이 손짓을 하는 화창한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