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하다가, 아니면 길을 걷다 눈에 들어오는 옷이나 그외의 것들이 만지작거림으로 끝나고 나면 영락없이 며칠동안 고것이 눈에 아른거린다. 명품을 걸칠만한 돈도, 옷걸이도 되지 못하지만 싸면서도 눈에 쏘옥 들어오는 물건들.... 몸에 잘 코디만 한다면 남부럽지 않은 옷이나 장식이 될 수 있는데...... 서울에 가면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곳이 강남 터미널 상가이다. 한달전 3,000원을 주고 목걸이를 하나 사온 것이 있다. 속칭 개목걸이... 짤막한 검은 끈에 달린 푸르스름한 꽃 모양의 칠보가 무척 예쁜 목걸이였는데 몇개 더 사올껄 하는 미련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이른아침, 남편이 그쪽으로 갈 일이 생겨 목걸이를 보여 주면서 색깔과 모양이 조금 다른 것을 몇 개 더 사오라고 부탁을 하였다. 남자 혼자서 지하상가를 다니며 악세서리를 산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지만 밑져봤자 본전이란 생각에 내 뱉은 말이었다. "내가 여기서 더 좋은거 사줄테니까 그냥 그거 하나로 만족해" 한다. 안사도 괜찮으니 부담갖지 말고 그냥 둘러보라고 말하면서 기대 반을 걸며 배웅을 했다.. 길을 가다 쇼윈도우에 예쁜 속옷이라도 DP 되어 있으면 보고 감상이나 할 줄 알았지 들어가서 자신있게 이것저것 골라 포장, 선물해 줄 남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주고 받는데 익숙치 못한 우리네들 아닌가.. 만난지 일주일이 되면서부터 기념일을 만들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 아마 기념일이 수십 개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남편의 손에 들려서 받기를 원하는 여인네들, 또한 선물은 볼품없는데 터무니없이 비싼 물건으로 선물을 해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내한테까지도 바가지를 곱배기로 받아 아니 주는 만 못한 그런 남편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작지만 정성 곁들인 선물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쑥스러워 같이 가서 내가 고르곤 했었는데 서울로 향하는 남편에게 장소를 말해주니 솔깃해서 듣는 걸 보고 과연 이 사람이 사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오후 무렵 손폰이 분홍립스틱을 바른다며 울려댄다. 귀에다 대고 가게 상호를 말하고는 멈칫한다. 직업적인 습관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웃음이 나온다. 다행히 남편이다. "응..병원검사 마치고 진료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여기 지하상가야.." "아..그래요..샀어요?" "샀지..." 한다 그런데 남편왈 딸것 두개, 아들것 두개, 내것 열 개를 샀단다. 세상에 목걸이 장사를 하려나 왜이리 많이 샀냐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당신 두고두고 하고, 나도 하지 뭐"한다. 참 고마웠다. 쑥스러움을 물리치고 내가 알려준 가게인지는 몰라도 여자들만 몰려 악세서리를 고르고 있을텐데 어떤 것을 샀든간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변해가나? 저녁무렵, 내 일터에 도착한 남편... 내 얼굴을 보며 빙긋이 웃으면서 사온 목걸이를 내 놓는다.. 웃는 의미는..... '봐, 나도 이런거 살줄 알어...'하는 표정이다. 그런데.....세상에... 아이들이나 할수 있는 유치찬란한 것들을 모아모아 사가지고 왔으니... 우짤꼬....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 않는가... 똑같은 걸 보여주면서 같은 종류로 사오라고 하였건만.... 허긴 눈썰미 있는 남편도 아니고, 난생 처음으로 악세서리 가게를 찾아가 물건을 고르니 그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인가.. 분명 주인이 팔리지 않는 목걸이들을 권하면서 골라 준것이 틀림없다... 그곳에 그런 가게들이 한둘이 아닌 이상... 대충 찾아 들어갔을 터이고...(남편은 요즘 그런 목걸이들이 안나온다고 함) 아마 들어가는 입구에서 주인이 골라준 목걸이들을 챙겨서 샀을 것이다. 그런 남편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사올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무리였을까..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지만... 잘 고르면 명품하나 부럽지 않을 터인데.... 저걸 어떻게 하나 싶다... 집에 돌아가 그 목걸이들을 탁자 위에 펼쳐놓고 그런것에 관심없는 아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목걸이(아들껀 괜찮음)라며 두개를 주고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라 하나 보너스로 얹어주고... 그리고 딸은 자기 맘에 드는 것으로 두개... 나머지 남은 것은 내가 하기로 했다... 그중 한개라도 맘에 드는게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사온 정성이 갸륵하고 고마워서 목이 드러난 옷으로 갈아입고 목걸이들을 하나씩 선뵈였다... 아무리 봐도 너무 촌스럽고 이상했지만... 하나하나 해 가면서 온갖 좋은 수식어들은 다 붙여가면서 나를 추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웃는다.....식구들이...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남편도 기분이 좋은지 다음엔 천천히 구경하면서 더 좋은 것으로 사온다고 말을 한다.. 재미들렸나부다....클났다....눈높이를 높여줘야 하는데... 에궁.... 그 돈으로 조금 보태 14k 예쁜 목걸이나 하나 살껄.. 에고에고 아까워라.. 아....결국 목걸이들은 비지떡이 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졸지에 유치찬란한 여자로 전락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동해바다 음악실<==== 클 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