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시계에
바늘이 하나 없다.
큰 바늘 하나만 시간을 가르칠 뿐...
이미 시계를 안본 지 오래되었다.
더워지면 여름인줄 알고
소슬하면 가을이 왔는 줄 짐작할 뿐...
내 방엔 달력도 없다.
모든 시간들이 내 삶엔 배제되어 있다.
정지된 삶.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
내 마음 속에서 두 사람을 떠나보낸 후로
이렇게 나는 죽어 있다.
그들이 내 시계의 작은 바늘을 빼갔고,
달력을 가져갔다.
난 그렇게 몇년 간 죽어 있다.
아니, 보다 궁극적인 것은 내가 희망하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은 내게 너무 치명적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며
나는 여전히 고도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그 고도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차라리 몰랐을 땐 더 좋았는데
막연한 희망과 기다림이 있었는데.....
절망에 중독된 사람을 일으켜세우는 약은 없는 것일까?
이제껏 많은 소원을 빌었지만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다 지나쳐 갔다.
고도가 너무 높아
내 손에 닿지 않는다.
사다리를 만들려고 나무가게에 갔지만 문은 닫혀 있었고
주머니의 돈은 비어 있었다.
헤어진 사람들 생각이 난다.
나는 아직도 그들이 왜 나를 떠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불꺼진 창 안에 죽은 시계처럼 정지한 내 삶.
내 피를 빨리 돌려줄 포도주도 떨어져 버렸고,
거칠어진 피부와
풀어진 눈동자,
벌려진 입술,
펑퍼짐한 등짝이 내 초라함과 쓸쓸함을 나타낸다.
마지막 성냥불을 키며 그 불빛에 취해
풍요롭고 행복한 사람들의 파티를 유리창너머 넘보며
굶주리다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난다.
천장위 쥐새끼는
집안에 마지막 남은 쌀알을 훔치려고 달그락거린다.
바늘없는 시계.
떠나간 사람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