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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0

깨뜨리기.....


BY heeprop 2003-03-05


그녀의 취미자 특기는 깨뜨리기다.
아니 천성이었다.
말을 배우기 전부터 이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깨뜨렸을때 느끼는 쾌감을.....

미처 돌도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엄마가 아끼는 유리컵을 알고 있
었고 그것을 깨뜨렸다.
조금 커서는 꽃병을 깨뜨렸으며
조금 더 커서는 어항을 깨뜨려서 팔?M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물고기를 보고 또다른 쾌감을 맞보았다.
사춘기 소녀가 되어서는 친구 사이를 이간질을 시킴으로써
그들의 우정을 깨뜨렸고 이제 무언가를 깨뜨리는것은
그녀의 생활이 되었고 그녀 자신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도 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사무실에 홍일점인 그녀도 틀에 박힌 사회생활에 하루하루
무미건조한 생활인이 되어 갔다.

박대리 그는 시쳇말로 F.M 아니 바보였다.
너무나 착하고 순진한 그는 NO.라는 단어는 모른듯 했다.
항상 정확한 시간에 출근하고, 지각이나 결석은 모르는
성실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거절을 할줄 모르는 그는
항시 다른 사람들 일까지 도맡아서 해주며 고맙다는 말대신
그저 밥...

오랜만에 그녀의 눈에 그런 그가 들어 온것이다.
재미 있을것 같았다.
그를 깨보고 싶었다.

그녀는 우선 점심을 그와 같이 먹기로 했다.
항시 구내 식당에서 혼자 먹는 그의 옆에
식판을 들고 앉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그리고 그녀는 태산 같은 그의 업무를 도와 주었다.
업무가 늦게 끝나는 날은 야식도 준비해주고
그런 그녀가 처음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듯....
어색해 하더니 어느덧 그도 의지를 하는듯 했다.
이제 그녀는 그 사람 책상에 꽃을 꽃아 주었다.
한번, 두번..... 그렇게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그윽해져가고
그런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도 애틋해져간다.
그러던 어는날 부터
그녀는 그를 외면했다.
철저하게....
그는 당황한다.
혼란스러워한다.
어찌할줄 몰라하는 그는 그녀 주변을 맴돌다 맴돌다...
기어이 말을 걸어온다.
그래 올것이 온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온것이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을 할것이다.
그럼 나는 그렇게 말을 할것이다.
가정이 있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용서할수가 없다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너무 놀라워했고
자기도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너 없이는 못 살것 같다고..... 사랑한다고......
술을 마셨고
그는 너무나 취했고
둘은 그렇게 밤을 같이 했다.

자 이제 그는 이혼을 할것이고 난 그와 그의 가정을 깨뜨린것이다.
보란듯이......

그 다음날 그는 입사 이래 처음으로 지각을 했다.
당연하지... 집 안이 날리가 났을터이니.....
그는 변한듯 했다.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가볍게 거절을 했고
싫다는 말을 했으며, 일도 대충대충 하는듯 했다.
당연하지....자기가 무슨 일할 맛이 나려고 ....
몇일이 되었는데도
그는 날 찾지 않는다.
이상하다.
기다리다 지쳐서 전화를 했다.
나 좀 보자고
"이혼하신다고 하더니 제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혼 누가??"
"그럼 나는 어떡하라구요??"
"내가 보고 싶을때 전화하지, 가끔씩 만나줄께"
"아! 그러고 소문 나면 피차 좋을것 없을니까 조심하고>>>"
"전화할께......"
그러고는 여유있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람의 가정을 깨뜨린것이 아니라 그의 착한 성품을
깨뜨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