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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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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의 봄기운을 마시고와서


BY 아침이슬 2003-03-03

삼월첫째주 일요일 작은 우리집은 새벽부터 네식구가 분주하다.... 요즘 감당할수 없게 나날이 불어나는 몸무게가 걱정이 되어 일요일엔 가끔씩 산에 오르자고 애아빠를 구슬려 놓았기에 아이들과 황매산에 오르기로 했었다... 난 도시락을 싸느라 콩나물을 삶아 무치고... 겨울초를 삶고 무치고....멸치를 볶아 나름대로 도시락을 쌌다... 펄펄 끓는 숭늉을 보온병에 담아내는 것으로 마지막 도시락 정리를 해놓고 이른 아침을 먹었다... 조금은 설레이는 기분으로 차에 올라 서서히 황매산을 향해 달렸다.... 그동안 겨울안에서만 지내고 있던 난 너무나 상쾌하고 해맑은 봄의 모습에 넋이 나가버렸다.... 아직은 아침저녁 쌀쌀한 기운에 모든것이 움츠리고 얼어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내눈앞에 펼쳐져 있는 봄이 그야말로 찡한 기쁨을 맛보게 해주었다..... 휙휙차가 달리면 멀어져가는 과수원에 열심히 거름내는 아저씨.. 백발이 성성한 노모를 싣고 리어카를 달려 논밭으로 향하는 촌아지메... 논두렁 밭두렁에 손가락길이만큼 자라올라온 쑥.... 솜털처럼 보송보송 피어올라 노란 빛을 내는 샛노란 버들강아지.... 콸콸 힘이 넘치는 계곡의 물줄기....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아지랭이..... 아 그랬다....봄은 벌써 우리곁에 이렇게 예쁜모습으로 와있었다....... 나혼자만 겨울안에 갇혀 있었다는 느낌에 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합천호를 지나 황매산앞에 다다르니 문제가 생겼다.... 우리 어른들만 왔으면 밑에서부터 차를 두고 걸어올라가면 되는데 조카둘.우리애들둘..네명의 아직 어린아이들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밑에서부터 오르는건 무리일것 같았다... 차로 갈수 있는 곳 까지는 그냥오르기로 결정을 하고 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올라 산밑둥에 차를 세웠다... 아 이렇게 상쾌한 바람이 우리를 맞아주리란걸 꿈에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난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봄을 들이마셨다... 물렁물렁하게 녹아내린 흙이 운동화에 쩍쩍달라붙는 느낌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쭉쭉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서 요령이 생겨 이제는 잔디며 풀잎이며 돌들을 밟으며 오르는 산엔 그야말로 봄과 겨울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응달 군데군데 덜녹은 눈은 겨울을 보내기가 아쉬운듯 미련을 졸졸 달고 있는 느낌이었고....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며.새파란 새순을 틔운 소나무...볼록볼록 꽃망울을 품은 벗나무는 벌써 봄을 이만큼 가져다 놓은 모습이었다.... 집에서 나서기를 얼마나 잘했나.....눈으로 보는 봄과 만져지는 봄이 주는 즐거움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느끼며 꼭대기에 올라 맛있게 도시락을 먹고 봄을 먹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는 역시 훼손이 많이 되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산행은 참으로 즐겁고 상쾌한 산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