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매장마다 윈도우 전면은 노랑, 분홍, 하늘빛..으로 봄이 들어와 앉아있다.
아직도 장터의 음지는 여전히 추위로 남아있는데..
할머니들은 수건위에 또다른 머플러로 머리를 싸매고 앉아서 푸른입술로 떨고 있는데도...
봄은 시작되고 있었다.
장터입구서부터 장터 끝까지.. 대보름을 앞두고 나물을 팔러나온 아주머니들은 줄을 맞춰 앉아있다.
겨우내 잘말려 가지고 나온 호박고지. 무우말랭이. 묵나물. 취나물.고사리.
고비나물.아주까리 잎새. 무우청 말려내온 씨래기.....그리고 다래순. 냉이. 달래....
장끝으로는 오리새끼 팔러나온 아저씨가 지루한듯 앉아 촛점잃은 눈으로 시간을 거둔다.
젖을 갓뗀 눈이 총명한 강아지가 무심한 주인을 엎드려 바라보고 있다.
병아리 삐약거리는 소리가 봄을 물고 있다.
장사하는것도 잊고 시장보러온 여자처럼 나는 그녀들의 행렬에 끼어 나물을 사러 다녔다.
나물을 사들고 내자리로 돌아오니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졌다.
집에 가서 나물 무쳐 큰그릇에 고추장넣고 참기름 넣고.. 썩썩... 비벼먹고 싶어졌다.
집이 그립다. 집.. 가서 편히 쉴수있는 내집
어릴적에.. 기차길을 올리고 있는 둑에서 냉이를 캐고 쑥을 캐고.. 뒷목을 간지럽히던 따사로운 햇살에 나물캐다 졸던때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일곱살.. 여덟살..아니었던가 싶다.
아..내게도 일곱살이었을적이 있었구나..
그때 무슨생각을 했는지 또렷이 기억이 난다.
나물을 뜯으면서 분명한 것은 어른이 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봄햇살이 못견디게 따뜻하여 기분좋아라..했었던것외에는,
바닥만 깔린 나물바구니 옆에 놓고 풀섶에 누워 있으면 멀리 미나리 밭이 보였다.
파릇파릇 하게 올라오던 미나리..그 미나리 밭을 보면서 강을 떠올렸다. 한번도 보지 못한 푸른강을..
지금 갑자기 감포가 생각났다..쪽빛 바다..낚시대 올리던 여자..
물질하던 여자.. 그 바다 어디쯤서 미나리가 돋아나고 있을것같았던 생생한 바람.
한쪽바람은 차고.. 한쪽바람은 따뜻하고.한쪽바람은 높고.. 한쪽바람은 낮고..그래서 몹시 놀라워했던 그 바다.. 감포.
왜 바람은 내쪽에 서서 나를 향해 나를 감싸며 불고 있지?
이리와봐.. 멀리서 고동소리를 내며 배가 들어오기 시작하잖아.
가오리가 빨래줄에 양말처럼 널려있어 킥킥대고 웃고있어
생선장사옆으로 양말장사가 널어놓은 색색의 오색양말이 춤을 추고 있다.
나물팔러나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저기 미나리는 언제 자라기 시작해요?'
음력으로 2월 초닷새쯤 되면 삐죽 나오기 시작하지..왜 미나리가 먹고 싶어요?'
'아니요.. 갑자기 미나리 밭이 생각나서요.'
그러고 보니 학교뒤에도 집뒤쪽으로도 미나리 밭이 지천이였었는데..미나리 밭을 본지가 몇십년은 된듯하네.
서둘러 집에 돌아와 나물을 무쳤다.
뜨거운밥에 썩~썩~ 비벼서..두그릇 먹었다.
(책 출판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꾸벅~!
한번 더해야지이~~ 꾸우벅~!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