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하고....저의 아련한 추억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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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두 번의 사랑이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생각나고 보고싶어진다.
하지만 그는 없다....여기에...그래서 더욱 그리워지는지도
모른다.
대학때 나는 과커플이었다. K는 학생회장이었고 난 총무여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는 나의 첫남자이기도 했다.
그해 추석때 집을 내려갔다온 그가 변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시위하는 모습이 티브이에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었고 나 또한 집안에서 갈등이 없지않아
서로에게 소홀해진 것이다.
난 그걸 견디지 못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묵묵히 받아
들였지만 난 금새 후회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 번 돌아선 그의 맘을 돌릴 수는 없었다.
매달려도 보고 술먹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그를 잊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그가 군대를 가고 눈에서 멀어져서야 맘이 정리되었던
것이다.
S는 그런 날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게 하소연을 하면
모두 들어주었다. 내가 슬퍼하는 모습에 같이 맘아파했다.
난 그를 좋은 동지로 생각했다.
그가 함께 있어서 난 K를 잊고 다른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너무나 유치한 사랑고백의 시였다.
S가 그런 시를 쓴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난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도 K에 대한 맘에
괴로워 하고 있었다.
그역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린 전처럼 그렇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같자기 중요한 얘기를 해야한다고 만나
자고 했다. 여느때처럼 영화보구 차마시고....
전철을 타고 집에 올 때 그는 불쑥 결혼을 하자고 했다.
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아주 큰소리로...
그리고 더 이상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후배들이 학생회실로 뛰어오며
말했다. S가 유서를 쓰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말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후배들은 아마도 S가 현장을
가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래...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 유서는 말그대로 유서다왔다.
학생회일과(그는 총학생회일을 하고 있었다) 집안문제등으로
너무 힘들다고... 남겨진 물건들의 처리등...
난 그와 함께 자주가던 경희대에 갔다.
눈물이 났다. 정말 그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인가?
벤취에 앉아서 하염없이 울었다.
나보다도 나에 대해 걱정하고 슬퍼했던 사람인데...
그의 존재가 나에게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을 때 한 번쯤 생각하고
얘기할 수도 있었는데....
주위에선 모두 그가 현장으로 간 것으로 인정했고...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내고 포기했다.
가끔 그의 꿈을 꿨다. 그는 항상 나를 위험에서 지켜줬다.
그리고 금새 사라져버린다.
작년인가....그의 소식을 들었다.
그는 정말 죽은 것 같다고....살아있다면 분명 소식이
전해져야 하는데...아무도 소식을 알 수없다고....
이젠 그의 꿈을 꾸진 않는다.
하지만...그의 슬픈 눈이 내맘을 가끔씩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