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자 부담 전화가 왔다.
이건 분명 군에 있는 병장 아들넘일 것이다.
지난 번 외할머니 돌아가시어 청원휴가 나온 후
두 번째 전화다.
"엄마, 이젠 좀 괜찮아?"
"너같음 괜찮겠냐, 이넘아!!"
"안 괜찮으니깐 전화했져..."
첫 번은 엄마의 안부가 걱정되어 했던 전화였다.
요번도 마찬가지겠지.
"엄마, 별일 없어요?"
"그래, 없다, 건강하니?"
"인혁인-아우넘- 뭐해요?"
"컴하고 있을 게다"
"엄마, 컴퓨터 사무실로 옮기지 마세요~."
둘째가 하도 컴 게임만 해서 남편이 사무실로 옮겨 가고
대신 노트북을 주기로 했던 걸 얘기하는 듯 싶다.
"왜?"
"담에 제대하면 알바해서 컴 한 대 더 살려구 하는데..."
"그런데 왜 컴퓨터를 보내지 마래?"
"컴 두 대로 인혁이랑 게임하려고ㅋㅋㅋㅋ...
함께 하면 엄청 재밌거든"
낼 모레 장가 갈 녀석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니
참 기가 막혀서...
"너 이제 5개월간은 휴가도 없겠구나.
외할머니덕에 두 번이나 휴가 나왔었는데..."
아들넘은 말년 병장이다.
6월에 제대하는데 말년 휴가까진 이젠 휴가가 없댄다.
헌데 외할머니 위독하셔서 4박 5일,
돌아가셔서 4박 5일 휴가를 왔었다.
"엄마가 마음 좀 추스리면 3월말에나 면회 갈께..."
착한 아들넘이라도 보고 와야
친정엄마의 빈자리를 내 가슴에 채울 거 같아
그 때나 가 볼 생각으로 말했다.
"아~참!
엄마, 방법이 있긴 있어요, 휴가..."
"뭔데?"
"직계와 관련된 행사는 무조건 해당되거든요."
"글~쎄?"
"청첩장 같은 게 있으면 되는데... 형제 자매는 안 되구요..."
"그런데~?
이젠 결혼할 직계가 암도 없잖아..."
"딱 하나 있는데요,
엄마 아빠께서 결혼식 한 번만 더 하세요,
그러면 휴가 나갈 수 있는데여~~~"
실없는 아들넘 땜에 우울한 마음 잠시 접고
킥킥 웃었다.
아우 바꿔 달래길래 전화를 돌려 주었는데
통화 끝나고 중1짜리 둘째 하는 말,
"엄마, 이건 정말 극비인데
형아는 정말 속이 없나 봐.
형아가 게임 아이디 줬다.재밌게 게임하라고...
형한테 절대 말함 안돼"
아~휴,하느님 맙소사...
제 아빠 같으면 결혼했을 나이인데...쯧쯧...
아우더러 겜 좀 고만하라고 타일르지는 못할망정
스트레스 풀라고 게임 아이딜 줬대나...
저런 철부지들을 언제 키울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