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두살 나이를 먹을수록 매사에 느긋한 내가 되는가보다.
점점 늘어가는 뱃살과 허리살들도 이제는 옷으로만 감추고 다니기엔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다.
아픈데만 없으면 되지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기도 하다가
길가다 문득 마주치는 아주 맵시고운 이들은 어느새 나의 눈길을
붙잡아 끌고 만다.
나이를 먹어도 아줌마가 되어도 어쩔수가 없는 우린 여자인가보다.
군살하나 없이 곱게 늙어가는 모습을 한 이들을 보면
참으로 좋아 보이니.....
20대의 풋사과 같은 상큼함도 이미 저만치 가버리고
난 어느새 중년으로 가고 있는걸까?
거울을 보는 시간이 점차 줄어듬을 느끼고
사진을 찍기 싫어 하고
화려한 화장이 꺼려지는 건
외모에 대한 자신없음 탓 만은 아닐 것 같다.
그래도 그 어딘가에 숨어있을 나만의 묘한 매력(?)에
아직도 자신감을 버리고 싶진 않은 게다 .
늘어가는 살들과의 전쟁을 치루기 위하여
난 조깅화 한 켤레를 새로 장만했다.
그런데 무슨 핑계가 그동안 그리도 많았는지
한번도 운동을 하러 가지 못한 탓에 신발장에 곱게
모셔두기만 한 조깅화가 괜스레 마음에 걸렸다.
초저녁 무렵에 내린 비가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뛰러 가야겠다는 나의 마음을
묵살시키는 듯 하다가 이른 설거지를 마치고 나니
그치는 것 아닌가?
기회는 이때다 싶어 잰 걸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천변으로 갔다.
그런데 더위도 이젠 많이 식은 저녁이어서 그런지
뛰고 있는 인파들이 보이질 않고 어둠만이 짙게 드리워진
풀밭가의 도로들에서 왠지 모를 무서움이 밀려드는 거였다.
새삼 사람들을 못믿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뒤돌아 서서 마구 내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파트 숲에 다다른다.
그래도 그냥 들어가긴 너무 서운하여
아파트 단지를 몇바퀴 돌았다.
여간해서 땀이 잘 나지 않는 나는 모처럼 등줄기를 적시는 땀으로
흥건이 젖었다.
그냥 내가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나니 기분마저 상쾌한게
운동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좀 이해할 수 있을 듯 했다.
오늘도 나는 이른 저녁을 먹고
달리는 행렬에 끼어 있지 싶다.
마구 달리다 보면 살아가는 일에 속도를 붙이는 듯
어떤 긴장감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함께 하는 벗이라도 있었으면 ......
혼자서 하는 달리기는 약간 쓸쓸하다.
어디선가 줄넘기 하는 소리가 후두둑나기도 하고 모퉁이를 막
돌아서다 사람들과 부딪칠 듯 하기도 하면서
우리 아파트 앞에 새로 신축중인 학교가 빨기 완공되길 바래본다.
학교 운동장은 그래도 조깅 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기에.....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는 거다.
시간을 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 까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화장으로 늘어가는 주름살을 가리기전에
조금쯤은 먹는 것도 절제할수 있고
운동으로 자신을 가꿀수 있는 사람이고 싶은 게
마음으로만 끝나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면
허리가 조금 더 가늘어지는 말든 그건 둘째 문제가 아닐까?
탄력이 넘치는 삶
가속이 붙어서 신바람 나게 살아내는 삶
그런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이 되고픈데
난 그럴수 있는 사람인지
오늘부터 난 내 자신을 시험하는 이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