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 그 환경 누구나 그랬겠지만...
초여름. 엄마는 깻잎을 따서 깨끗이 손질하고.
호박도 따서
배추도 단을 지어서.
흙내 먼지내 나는 보자기에
정성껏 쌓아
이웃집 아줌니들과
경동 시장으로 새벽같이 갑니다.
"오늘 이것 다 팔아서 네 신발 사다 줄께."
그때는 빨갛고 반짝거리는 찰고무신 유행이었지요.
딸에 신발 문수를 대충짐작으로 알고 가신 엄마.
해가 중천에 뜨도록 엄마는 오질 않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는것이 아닌 빨간 찰고무신을 기다리는 것이지만요.
드디어 엄마가 타고 온 털털이 버스가 먼지를 뽀얗케 뒤집어 쓰고
마을 어귀에 다다릅니다.
빨간 찰 고무신을 신어보니.
엄지 발가락이 접힙니다.
아프지만 엄지 발가락을 꼭 접어 넣구 맞는다고 우깁니다.
엄마는 고무신 코를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적다고 합니다.
"아니야 꼭 맞아"
안 맞는다고 하면 언제 경동시장엘 가겠습니까
그때까지 난 기다릴수가 없지요.
결국...
얼마 못가 찰 고무신은 코가 쬐금씩 찢어져
헤벌레 버러집니다.
엄마한테 들킬까봐.
댓돌 한켠에 벗어놉니다.
ㅎㅎㅎ
"저눔에 지지배 에미가 즉다면 즉은거지 고집통이 씨어서"
"너 다시는 신 사주나 봐라. 질질 끌고 다니든지 엎고 다니든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