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둘째아이를 임신중이다.
첫아이때는 심한 입덧탓이였는지 입덧이 가라앉은 후엔
어떻게든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집착이 있었는데
지금 난 둘째아이를 가진 후회와 유산이라도 되었음하는
상상을 하며 지낸다.
남편과의 불화가 그 원인이기도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임신중이라는 사실이
나를 너무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나는 어제 남편에게 서로 원수가 되기전에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난 헤어지고 난 후의 생활에 대해 전혀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언젠가 뉴스에서 시부모 문제로 이혼소송사건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준 이야기를 내남편에게 했다.
난 그 뉴스를 듣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흥분을 했었다.
부인이 정말 나쁜 여자가 아니라면 분명 모시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내 남편도 역시 당연히 이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난 이말에 벌써 그때 이 남자에게 온만정이 떨어진 상태였다.
일주일전 우리는 심하게 다투었다.
수시로 가까이에 사는 손위시누에게 들락거리는
남편의 행동이 정말로 못마땅했다.
그리고 수시로 남편을 부르는 시누도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나도 남동생이 있지만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행동들...
난 남편에게 마마보이가 아니라 누나보이라는 말을 했다.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아이를 다시는 볼 생각하지 말라면서...
난 참을수 없는 분노에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가 나가있는 몇시간동안 난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었던 기억이 없다.
그 눈물은 그 다음날, 다음날 까지 이어졌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듯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무슨생각을 하며 나에게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잘못을 했다던지, 앞으로 잘살아 보자라는
한마디 말이 없다.
남편은 어제 버젓이 나에게 단란주점에 간다고
하면서 오늘 새벽에 들어왔다.
그가 단란주점에 갔다라는 사실이 나에게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다시 눈물이 났다.
늦은 아침...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듯 나를 깨워 밥을 달란다.
헤어지자란 내 말을 무시하고 다시
배가 고프다고 말을 한다.
내가 이남자에게 느끼는 절망감이
어떤종류인지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