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 컴플렉스
미혼때 무역회사를 다닐 때 가장 인상깊었던 바이어가 있다면 바레인의 AL-DURAZI를 들 수가 있습니다.
중동이 그러하듯 콧수염이 독특한, 거무튀튀한 피부색의 전형적인 중동남자였지요.
하지만 그는 우리 쪽의 비중있는 바이어여서, 그가 한국에 머물다 갈때는 늘 고급스런 선물을 주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그가 어디서 들었는지 여자용 자수정 세트(반지, 목걸이, 귀걸이)를 사고 싶다고 하더군요.
자수정세트는 외국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그리 비싼 게 아니어서 우리가 선물로 하겠다고 했지요.
그리고는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그 바이어에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바이어가 난색을 표하는 거에요.
갑자기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자기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아내가 둘이 있는데, 두 아내 중 한 사람에게만 선물을 할 수 없다는군요.
그 나라는 일부다처제로, 그 또한 두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있었던 거에요.
하지만 일부다처제라고는 해도 첫번째 아내와 그 다음에 맞이한 아내를 대함에 있어 조금도 차이를 두어서는 안되는 것이 또한 그들의 룰이라고 하네요.
가령 진주 반지 하나를 선물해도 둘 다 똑같은 것으로 두명 모두에게 다 주어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성의는 고맙지만 받을 수없다고 하는 겁니다.
그는 우리가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나라의 관습을 우리 또한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던가 봅니다.
그렇다고 바이어를 빈손으로 보낼 수가 있나요?
결국 똑같은 세트를 구입하여 포장지까지 같은 걸로 싸서 정중하게 건넸던 일이 있답니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참으로 요상한 관습이긴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보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지요.
사람들은 이슬람지역 사람들이 일부다처제인 것을 무척이나 야만적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나라.
솔직히 말이 좋아 일부일처제의 나라일 뿐이지, 진짜 말하자면 일부다첩제의 나라가 아니던가요?
음성적으로 아내 아닌 여자와 아무때든 외도가 가능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많은 수의 성인 남자들의 자화상이잖아요.
아직까지는 여자들 취업의 내용이라는 것이 유흥접객업소 종사자가 전체 여성 취업 인구의 삼분의 일 (실제로는 절반에 가깝다는 말도 있습디다.)이나 되는 우리나라.
그뿐인가요?
원조교제다, 전화방이다, 박카스 아줌마네.... (열거하기도 추접시런 것들입니다.)하는 것들은 또 다른 매춘을 위한 남자들의 잘못된 성문화 아닙니까?
여기에서 단지 아내라는 이름만으로 허울좋은 자리만을 지키고 있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유흥업 종사 여자들에게 있어서 조강지처는 그야말로 '웃기는' 존재일 뿐입니다.
남자들은 아무 때나 돈만 내면 여자를 살 수 있고, 좀 더 많이 가진 남자는 아예 아파트까지 얻어주며 또 다른 살림을 차리기도 한다지요?
이번에 벤처의 젊은 사장의 여자 편력도 만만치 않더군요. (연예인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많은 수의 여자와 관계되어 있다네요.)
이게 과연 조강지처운운하며, 일부일처제라고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는 나라의 모습입니까?
당장 밤이 되어 조금만 번화한 거리에 나가보세요.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자들이 별별 희한한 형태로 우리네 남편들을 현혹시키며, 가정을 일시적으로나마 파괴하고 있는 현장을 언제든지 발견할 수 있지 않던가요?
아직도 많은 수의 한국 여자들이 조강지처라는 허울좋은 명분에 목매고 있습니다.
유교관습이 생활속에 저절로 녹아있는 한국 사회는 여자들로 하여금 강요된 아내의 본분을 요구하거든요.
심지어 남편이 바람을 펴서 딴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어도, 남자는 반드시 결국에 조강지처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무슨 진리처럼 새기며 서러운 세월을 사는, 밀려난 조강지처들이 어디 한 둘인가요?
그들에게 있어서 일부일처제란 그야말로 허울좋은 거짓부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왜 그렇게도 사생아가 많은 겁니까?
일부일처제다 보니까 정상적인 결혼으로 생겨나지 않은 아이는 모두 사생아가 됩니다.
말이 일부일처제지, 남편들이 여기저기 여자를 만들어 놓는 바람에 아버지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숨어서 자라게 되는 아이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요.
이게 정녕 일부일처제라는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멜로 드라마의 영원한 네버엔딩 스토리.
한 남자가 있습니다. 멀쩡하게 아내와 잘 살다가 어느 날 어떤 여자가 애를 하나 안고 들어옵니다. 여자는 남자앞에서 눈물바람을 하고, 결국 지난 날 남편과 어떻고 저떻고 한 사이임을 아내까지 알게됩니다.
그리고는 그 아이로 인한 뻔한 갈등과 대립의 스토리.
거기에 또 하나 가세하는 건 그래도 내 아들의 핏줄이라며, 시어머니가 더 난리를 치며 챙깁니다.
특히나 딸만 있던 경우에는 "어이구.. 장한 내 아들!" 어쩌구 해가며 딸만 낳은 조강지처의 존재 자체를 아예 무색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게 우리나라 조강지처들이 겪는 황당한 일들의 하나가 아니던가요.
조강지처를 이 나라 남자만큼 함부로 박대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싶은 회의가 드는 이상한 나라. 우리나라 대한민국.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음에 추가로 더 올립니다.
너무 길면 읽기 지루하시죠?)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