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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삶의 일기(2)-이미해는 저물었으되


BY Ria 2003-02-19

향기나는 삶의 일기(2)-이미해는 저물었으되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유가족들의 오열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이 세상엔 너무나 가슴아픈 일들이 많구나
왜 이렇게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많을까?
진심으로 참변을 당하신 분들께 명복을 빌고 다치신 분들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아침일찍 서둘러 봉사자들과 치매병원엘 갔다
목욕을 끝낸 환자들에게 옷도 갈아입히고 머리도 예쁘게 빗기고
손톱도 말끔히 깍고나자 복지사 선생님이 오늘은 치매 병동환자들과
오락요법이란 프로그램을 한 다며 2층 휴게실에
환자들을 모이게 한다
할아버지 할머님들은 노래방 기기를 중심으로 쭉 둘러앉았다
복지사님이 스위치를 넣고 신청 곡을 받아 할머님 할아버지들이
흥겨운 노래잔치가 시작되었다
반주따로 노래따로 무슨 노래를 하고있는지 두서는 없지만
모두가 신나는 분위기에 취해 장단도 맞추고 몸도 흔들며
흥겨워들 하신다
손을 잡아끄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러 국적없는 춤을
난생 처음 추어보면서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가는
착각속에 빠지고 있었다
창밖에는 햇살을 동반한 봄빛이 손뼉치고 웃으며 어린애마냥
즐거워하는 가엾은 영혼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창부타령도 불렀고 노들 강변. 닐리리아,돌아와요 부산항도
목청껏 불렀다

"이미 해는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은 아름답고
장차 한해가 저물러 하는데도 귤은 다시 꽃다운 향기를 풍긴다
이런 까닭으로 인생의 말로인 만년에 군자는 정신을 다시
가다듬어 세월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라는 채근담의 구절같이 늙는다는 것, 병이 든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 어쩌면 열정과 이상의 상실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고단한 꿈도 어머니의 자애로운 꿈도
이제는 강 건너 깜박이는 불처럼 아득하다

누구를 위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용기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을 가질 수 있다는 의지만으로도 우리는 축복스럽다
비록 저무는 황혼의 빛깔과 풍기는 향기가 아름답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분들의 진지했던 지난 삶만으로도 우리의 오랜 기억 속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분들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