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감독님 다음엔 뽑아 주실 건가요."
'앙팡 테리블' 고종수(23ㆍ수원 삼성)와 김병지(31ㆍ포항 스틸러스)는 6일 유럽 전지훈련을 떠난 국가대표팀 4기 명단에 빠지는 바람에 여러가지 억측을 자아냈다.
2001 POSCO K리그에서 최근 9경기 5골 5도움(고종수)과 9경기 4실점(김병지)으로 눈부신 활약을 했지만 예상 밖으로 히딩크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평소 돌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바로 그런 고종수와 김병지가 히딩크감독을 잔뜩 머쓱하게 만들었다. 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1 나이키 올스타전에서 히딩크감독과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력만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고종수는 전날 아시안수퍼컵에 출전했던 관계로 피곤한 상태였지만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해 중부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중부팀은 전반까지 이동국(포항)을 앞세운 남부팀의 기세에 눌렸으나 데니스, 산드로(이상 수원)와 함께 가볍게 전세를 바꿔 놓았다. 특히 후반 20분엔 멋진 센터링으로 산드로의 추격골을 어시스트했다. 그의 발놀림 하나하나는 여학생 팬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오른 그는 이날 인기상까지 거머 쥐었다.
김병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반 20분 산드로에게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중부군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다. 후반 19분엔 서정원과 산드로가 연속으로 날리는 슈팅을 날렵하게 펀칭하더니, 34분에도 고종수의 골이다 싶은 슈팅을 온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김호곤감독은 후반전에 서동명(전북)으로 교체투입하려고 했지만 김병지가 워낙 잘 막아 풀 타임을 뛰게 배려했을 정도였다. 덕분에 남부군은 2대1로 승리, 지난해에 이어 올스타전 2연승을 거뒀다.
사실 김병지는 이번 대표팀 복귀를 은근히 기대했다. 지난 2월 칼스버그컵 때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하는 바람에 히딩크감독의 눈밖에 났지만 이젠 용서 받을 때가 됐다고 보았던 것이다.
올스타전에서 고종수와 김병지의 플레이를 지켜본 히딩크감독. 과연 마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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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나는 청송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백화점을 찾아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에 있는 L백화점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아동복 매장으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김병지 선수를 만났다..
꽁지 머리 김병지 선수는 아들과 아내를 동반하고 있었는데...
김병지 선수는 마치 성경 말씀에서 예수님의 신체 부위 어디에든 손끝만 닿아도 내 병이 나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병중에 있던 한 여성이 예수님을 건드렸던 그 장면처럼... 김병지 선수와 옷깃이라도 닿는 행운을 만끽하려는 군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플로어로 발이 닿는 순간..
김병지 선수와 나와의 간격은 거의 30센티도 되지 않을정도로 짧은 거리였다...
순간 나는.. 유명인을 보았다는 당혹감에..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우왕... 김병지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김병지 선수는 아주 묵묵하고 익숙한 표정으로 서둘러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또 다른 군중들이 기다리는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유명인을 보고, 매너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광분하며 좋아했던 나의 촌스러운 태도가 내내 마음에 걸리기는 하였지만 김병지 선수를 보았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히딩크라는 벽안의 감독이 월드컵을 앞둔 우리 축구대표팀을 맡고나서 꽁지 머리 김병지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에 다소 힘이 빠진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심통이 나다못해 서글퍼지기도 한다...
우리 나라 축구는...
지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왕년의 스타들을 감독으로 모셔다가 그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는데 주력했었다...그 의도하에.. 차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주름잡았던 차범근 감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가 또 사라졌다...
그리고.. 중요한 시점에.. 히딩크 감독이 나타났다...
이 서양인에게 우리가 우리 축구대표팀을 맡긴 것은...
서양인 특유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로 사심없이 우리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힘써 달라는 의미였었는데...
히딩크 감독은 어찌보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태도로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장점으로 보고 개발하려 하기는 커녕, 그것을 문제삼고...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 그 선수를 제명시키고 그들이 가진 장점이 영원히 필드에서 사라지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다른 선수들에게 경고나 위협의 무기로 사용하여 한국 축구를 위축되게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정한 길.. 그 길을 가는데 있어 추호의 흔들림 없는 자세.. 그 열정이 있는 한, 그들을 모두 천재라고 불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과감히 사심을 배제하고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자세.. 그것이 필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