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식 날이면 으례, 학부모회와 선생님들이 함께하는 점심식사가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꽃집에 들러 소국과 안개꽃으로 채워진 작은 꽃바구니 세개를 샀다.
받는 사람 무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밤잠 못자며 번 만원 두장을 꽃값으로 지불하며,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난 수료식때 학급대표 엄마가 꽃을 받고 기뻐했던 일을 떠 올리며 그 만한 가치 있는 일이니 아까워하지 말아야지 한다.
뒤늦게 도착한 갈비집엔, 학년별로 담임 선생님을 중심으로 모여
떠들썩하다.
꽃바구니를 받은 선생님과 총무는 주변의 시선을 받고 더 기뻐한다.
직장에 나가기 시작해 불참한 대표 엄마 대신,
외톨이로 앉은 선생님에게 드리니, 그 선생님 얼굴이 붉어진다.
학교 행사때마다 만나다 보니 대부분 아는 얼굴이 되어버린,교육열 높은 엄마들은, 욕심많고 말도 많은 교장선생님의 긴~ 인사에
저 혼자 타고 있는 갈비를 뒤적거리기만 한다.
지난 일년간 학교활동에 대한 평가와 2003년 중점 교육 방향에 대한
교장 선생님 이야기는 전근가는 선생님들을 소개하고,
성급한 엄마들의 박수를 받고서야 겨우 끝이 났다.
"학교 발전을 위하여!" 콜라, 사이다, 소주, 맥주,물컵까지 들어
올리며, 한 목소리로 건배한다.
시골학교라 그런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학부모회의 활동도 꽤 활발하다.
촌지주며 아이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 한 학급씩 돌아가며 학교 화장실 청소하러 가고,
등교길 교통정리를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소풍을 가고, 체육대회를 하며 함께 땀을
흘린다.
같이 갈비를 먹으면,같이 갈비 냄새가 몸에 배이듯,
같이 행사들을 치러내다보니, 비슷한 분위기들이 되어 버렸는지....
연 2년을 학급재편 없이 보내서, 아이들도 엄마들도 정이 깊다.
아이들이야 곧 다른 반에 익숙해 지겠지만,
어른들은 사람을 사귐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
유난스런 우리반을 모두 부러워 했는데, 이제 바뀐다니 다 서운한
눈치다.
아이의 수료식인데, 내가 3학년 마치고 4학년이 되는 것 같다.
담임 선생님 전근간다고 울먹이는 아이들을 보니,
마룻바닥 교실 삐걱이는 의자에 60명의 아이들 사이에
앉아 있는 내가 보인다.
안 좋은 일도 많았건만,
헤어질땐 관대해 지고, 아쉬움만 남는다.
3월이 되면 나는 아이와 함께 4학년이 된다.
3학년 딸아이 성적표엔, 수우미양가 대신에
'친구들과 사이 좋게 공기놀이를 한다'고 씌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