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 전에 유일한 취미가 영화감상이었다.
것도 걍 시간죽이기가 아니라, 감독이 누구인지, 주연배우나
스토리나, 음악은 누가했는지까지 미리 다 파악하고 영화관을
찾는 아주 매니아수준이라고나 할까~~~
물론, 극장은 나 혼자서만 갔다. 누구랑 같이 가면 뭘 사먹는
다던가, 아님 필수적으로 잡담이 따르므로 영 집중이 안되고
신경이 쓰여서 거의 혼자서만 보러 가곤 했다..
혼자서 가야 영화배경, 음악, 등등 진짜로 몰입이 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내 친구들은 이런 날 아주 별종이라고도 했다....
ㅎㅎ 서론이 넘 길어졌다~~
언젠가 여느때처럼 또 혼자서 극장을 찾아서 열심히(?) 완전히
몰입해서 정신없이 빠져 있는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 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왼쪽 허벅지가 왜 이리 따뜻하지?`
그때 큼직한 핸드백을 무릎위에다 얹고 팔짱을 낀 채로 관람중이
었는데 ` 내 가방에 뭔가 내가 따뜻한 걸 넣어왔었나?`
그건 아닌데,, `그럼 이건 뭐지? 내 손도 아니고???`
희미한 어둠속에서 가만 살펴보니 아뿔사???.////
내 왼쪽에 앉아 있던 어떤 미친놈의 손이었던 것이다..
하하 , 나 이거참 별~~~
얼른 내 가방을 두손으로 위로 들고서 내려다봤다...
근데도 이놈이 손을 치울 생각도 않고 여전히 지다리처럼 편안하게
내 허벅지를 더듬고 있네...(이놈 봐라! 치우지도 않는다!)
~~~ 난 이미 남의 손이 있다는 걸 안 순간 혈압에 고압선이 흘렀다~~~
그때부터 나 머릴 굴리기 시작했다.... 이놈을 어떻게 골탕을 먹일지
깜깜하고 또 영화때문에 시끄러우니 아마도 여자인 내가 꼼짝못할줄
알고 이렇게 뻔뻔한 짓을 하는거라 생각하니 열이 더 받는것이다.
어떻게 할까??? 걍 일어서? 소릴 질러? 따귈 날려?
그냥 내손으로 그놈 손을 치워버리면 되겠지만,
그러면 틀림없이 어둠을 틈타 이 미친놈이 또 그럴거고(주위에 아무도 모를거므로)
제발 지금 영화가 대사도 없고 음악도 없이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진짜 더럽고 끔찍한 몇십초가 흐르고 모든 관객들도 숨을 죽이고
영화도 정말로 적막감만 흐를때,,, 바로 그 순간에 난
그놈 손을 꺼떡 들어서 치우면서 최대한 큰소리로 외쳤다...
` 손 좀 치워욧!! 손!!!`
내가 그때 맨 뒤에서 한 서너번째 줄 중간에 앉았더랬는데..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앞뒤 두 세줄 정도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자리에서 풀쩍 뛰었다 앉았다.. 너무 놀래서들...
물론 옆자리의 그미친놈은 조금 보태서 한 50센티쯤은 풀쩍 뛰는것
같았다...ㅎㅎㅎㅎ 미친놈 지도 얼마나 놀랬을꼬!!!
하하 지금 생각해도 그 놀라는걸 생각하면 우습다..
극장안에 모든 관객들이 영화는 안보고 완전히 우리에게 시선이 집중
되고 앞뒤줄에 근처사람들은 완전히 대놓고 나 함 쳐다봤다 그놈 쳐
다 봤다가 ,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나?
` 아니 영화보러왔으면 영화나 볼 것이지 왜 남의 다리는 긁고 난리야`
그놈: 내가 언제....이 아가씨 어쩌고...저쩌고....
나: 미친놈!! 나가!!!
그래도 이놈이 버틸 기세네..에잇.
안될거 같아 내가 핸드백으로 치는 시늉을 하면서 빨리 나가라 그러
니 주위눈도 있고 해서 할수 없이 그놈이 일어서는데 보니,, 햐...
정장에다 바바리까지 입고(ㅎㅎ왜 여고앞의 성도착자들은 전부 바바
리를 입는고?ㅎㅎ) 아주 그냥 허우대가 멀쩡한 놈이네!!
그놈도 일어서고,, 나도 일어서고,,, 사람들은 다 보고 ...
어기적 기어나가더니, 아 글쎄 이 정신 덜차린 놈이 걍 밖에 나갈
줄 알았더니 (문열면 환해지니 신분노출을 꺼려서 그런듯....)
빙 둘러보더니 저기 앞쪽으로 다시 자리 찾아가고 있네, 나참..
저놈 진짜 퍼펙트로 미친 놈이잖아~~~
씩씩대다가 주위사람들께 소란피워 죄송하다하고 다시 자리에 앉긴
했는데, 영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멀리 그놈 실루엣만 자꾸
눈에 들어오더만.....
` 에이 ~ 비싼 돈주고 와서 뭐여 이게~~
아주 뒤통수나 한방 시원하게 갈기는 건데~~~그 생각을 못했네. 미처`
아이~ 그자식 그거참! 이쁜건 알아가지고 ㅎㅎㅎ
영화 끝날때 까지 기다렸다 뒷문앞에서 그놈 나오면 면상좀 볼랬더니
그새 다른문으로 줄행랑을 쳤는지 안보이네..
아마 지놈도 이젠 함부로 그런짓 안하겠지.
힘없는 여자라고 만져도 걍 가만 있을줄 알았다가 심장이 쪼금
팽창했을거야..ㅎㅎㅎ
제발 비싼 밥 먹고 그런 정신나간짓 좀 하지 마라이. 따찌한다이..
ㅎㅎㅎ
그땐 화도 났지만, 지금은 자꾸 그놈이 펄쩍 뛰며 놀라던거, 그게
자꾸 생각나서 혼자 피식 웃는다..내 고함소리가 그렇게 컸나?
근데, 순진한 아가씨였던 그때 내가 뭘 믿고 그렇게 대처했는지
참 놀랍기도 하고, 당차게 대들어서 시원하기도 하답니다....
꽁방 식구 여러분 모두들..
행복한 발렌타인데이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