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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고 투명한 아침..


BY ywirene 2003-02-13

잠들기 전엔 도리어 아침에 못 일어 날까 걱정하고 잤는데…
밤 2시까지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부터, 내가 대학적 듣던 노래에다
나중엔 패티김, 박 인희, 송창식, 윤형주 아저씨들의 노래까지 찾아서 듣고 잤었다.
근데 오늘 아침은 지나를 학교의 loading zone까지 태워주고 거기서 아이들만 내리게 하는 게 아니라,
학교 안에 들어가서 선생님이랑 인사라도 할 생각이었다.
왜냐면 오늘 지나가 자기 소개하는 포스트를 만들어 제출하는데, 종이가 너무 커서 들고 가기 힘들어 내가 교실 앞까지 들어다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럴려면 아이들이랑 아침에 학교 같이 나갈 때에 세수도 하구, 간단히 입술이라도 바르고 나가야 할 거구..
다른 날 보다 조금은 더 일찍 일어나야하면, 아침에 분명히 피곤한 기분 일거라 생각하고 잤는데…
수면 총량은 언제나 일정해야 그 담날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이야~ 하고 맨날 외치는 사람이니깐...후후..
보통 때엔 7시 반에 일어나 아침에 세수도 안 하고 시꺼먼 검정 썬글래스만 끼고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준다...크~
근데, 오늘 아침, 6시 45분에 눈이 떠지는 것이 아닌가?…허걱~ 왠일이야??
암튼...
아이들 태우고 갈 적부터 느낌이 달랐다.
3일을 내린 비에 씻기워진 햇살이 거리를 다르게 비춰주고 있는 느낌...
운전을 할 때조차 신호등도 , 스쿨 버스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심지어 앞의 트럭조차 내가 가는 길 선상에서 레인 체인지를 하면서 비켜준다..???
학교에선 선생님이랑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도 기분 좋게 바이~ 한다..
“지나, Are you happy?” “응, 엄마~” 후후..

집에 오는 길엔 차의 유리창을 열고 달렸다.
아이들 학교에서 집까지의 166번가 길은 한적하면서도 작은 운치가 있다.
바람결에 씻기워진 공기인데도 훈훈하다. 차암 좋구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열어보는 E-메일 일기예보에서 오늘 84도까지 올라 간다하니..그럴 만도 하다..
하긴 이게 겨울이야? 후후후…
….
집에 들어 온다.
분명히 난 덜 잔 날 아침이면 헤롱헤롱 해야 말이 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걸까?
몸이 간질간질한 것 같기도 하구, 나비처럼 나풀나풀 뛰고 싶어졌다..후후..
음~ 이젠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기도 했지..그래..그럼 뭐 동네를 한 바퀴 뛰자..
어떤 날은 아이들 학교 태워다 주고 오는 길에,
빗길에서도 음악이 너무 좋고, 비오는 모습이 좋아서, 마구 공원쪽으로 달리기도 했다.
166번가로 곧장 와야 하는 우리집, 근데 그 길로 오다가 Shoemaker 길로 그냥 turn해 버리는 거다..후후..
South길, 195번가, 그리고 Regional park 외곽의 곡선을 그리는 길은 울 동네에서 내가 드라이브하면서 젤 좋아하는 곳..
왜냐면, 젤 한적하거든..길 가 풍경도 편안하구..
Bloomfield 길이 아름다운 건 나도 알지만, 거긴 차가 너무 많이 다니구…
….
암튼.. 참, 신기한 일이지..아침도 안 먹고 아침부터 뛰고 싶어지다니? 이 게으른 내가??
바지를 갈아입고 내려와서 동네를 뛰었다.
이상하지, 오늘..내가 내 몸의 무게를 별로 느낄수가 없다.
아니~ 내가 정말 뭐 잘 못 된 건 아닐까? 싶을정도로 몸이 가볍고, 맘도 평화롭다.
Veterance Day 휴일을 보낸 가족들이 모두 집 밖을 나간 시간인지..타운은 고요하다.
우리 동네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인지, 전나무인지 길을 지나서,
단독 하우스들이 운집해있는 뒤쪽의 테니스 코트 옆에 있는 한적한 길이 내가 뜀박질하기 좋아하는 곳이다.
참, 이상도 하지.,.이렇게 예쁜 가로등이랑, 잔디 사이로 작은 곡선을 그리듯 예쁜 길이 있는데,
왜 동네 사람들은 여길 산책하거나 뛰지를 않지?
하긴..그러니까 내가 여길 찾아 오는거지..싶기도 하다..
오늘은 정말 아침부터 좀 특별한 기분이었듯이, 그 길을 폴딱폴딱 뛰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이 아줌마의 허리통 주변의 살들도 기분좋게 흔들리면서 기분좋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 같구..
뛰다가 고개들어 햇빛을 쳐다 봤다. 썬글래스를 끼고 뛰니, 가능한 일이겠지…
햇살의 눈부신 광선사이에 하얗게 둥근 원이 커졌다 작아졌다 내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고마워요~ 하느님…’
후후..그 분이 날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그렇게 화답했듯이 날 보며 미소지으시는 것 같으다.
이상하지…관상기도에 흠뻑 빠져 지낸 보람인가?
하지만 요즘 관상기도 책도 놓구 지냈는데…
음~ 장자를 읽는 동안 내가 도가 트여 버린 건가???
장자를 손에 놓은 지도 꽤 되는데??
모자랐던 수면이 도리어 내 감각기관들을 도리어 명징하게 깨워 놓은 듯~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투명하게 해맑게 비치는 거다.
심지어 콘크리트 바닥에서도, 시꺼먼 아스팔트 길에서도 반짝 반짝 작은 사금파리가 남아서 빛을 내고 있는 게 보이는 거다.
정말 첨 보는 풍경이었다..
세상에~
학교적 한 용운의 시에서처럼 사랑하는 임을 지칭하는 말들..
암튼 내겐 아름다운 연시로만 느껴져서 맘에 드는 시 들에서 말하는 임..
그 시를 풀이해 주시던 선생님은 임이라는 그 미지의 단어를
하느님, 절대자..내지 조국 이라고 가르쳐 주어서 정말 김이 샜었는데…
이젠 내게도 당신이나, 그 분이 하느님 일때에야만 의미가 있고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다니…
정말 이건 내가 생각해도 기적이고 신비다…
….
잔디사이로 나지막이 띄엄띄엄 피어있는 민들레..그리고 그 하얀 꽃씨들…
잠시 앉아서 그 꽃씨를 찬찬히 들여다 봤다.(아무도 없으니, 내가 이상해 뵈지도 않을거야…)
사진작가 선생님 웹 싸이트 젤 앞면에 있던 그림에서처럼, 새삼 그 풀씨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꽃씨는 아이들 만화 영화의 매직 완다처럼 끝에다 각각 별을 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후후…
참 많군..민들레 작은 꽃씨 하나에 별들이 엄청나네..
이건 또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도 하는 멋진 별들이군..하는 생각..
헥헥~ 조금 숨이 차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뛸 때엔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는게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것도 자세히 들어보니,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그냥 새들이 지저귄다..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짹짹짹짹~ 하는 고음의 맑은 소리도 있고, 한 톤 낮은 새 소리도 어디선가 들린다..자연의 화음이네,
난 고음을 내는 새 소리, 저음을 내는 새 소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첨이다..
오늘 난 분명히 이상해…하는 생각이 다시 든다..
나의 오관이 잠을 깼나?
이번엔 바람결이다..
오후에 84도나 올라 간다 했으니, 11월의 이런 아침 공기는 도리어 내겐 딱~ 이군..하는 느낌...
뛰면서도 걸으면서도 참 평화로운 기분…따뜻하고 포근한 바람결…..마치 엄마 품처럼 편안한 공기….
…..
사철 여름이다시피한 여기 날씨인데두 , 테니스 코트 옆의 활엽수들은 계절을 알고 있나보다.
마치 어디에 있건 자기 운명을 다 안다는 듯이…
갈색 낙엽들이 길 위에 떨어져 있고, 내가 뛰어갈 때,혹은 걸어갈 때, 밟혀서 사각사각 거리기도 한다.
바람이 그 낙옆을 끌고 가면서 내는 소리조차 오늘은 들린다,
햇살이 그 위를 또한 비추고…
…….
…….
참 하느님을 뵙고 싶어 했었다.
한 번만 보여주세요..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말이예요..그렇게 기도한 적도 있었는데…
근데 이젠 매일 매일 그 분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
느끼기 시작했다.
내 몸을 따뜻하게 녹여 주는 햇살속에.. (산후조리를 못해서인지 추우면 온 몸이 살얼음이 낀듯하니..)
내 뺨과 머리칼을 어루만져 주는 부드러운 바람결 속에…
잠시 맘을 비워내며 마시는 향긋한 차의 향기 속에…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의 지저귐 속에…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에 밝혀두는 촛불 속에…
그 분은 계신다. 항상 나와 함께 계신다.
나의 사랑…
….
….
집에 와서, 불현듯 생각나는 노래가 하나....
어젯밤 듣던 음악도 아니구..
Beatles의 Oh, My Love~
너무나 담백한 멜로디에 단순한 가사..
하지만, 이제는 알 거 같으다.
하느님은, 진리는, 또는 참된 아름다움은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에서 빛을 발하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걸…
Oh, My Love~
내 생에 첨으로 내 눈이 크게 열렸어요.
내 생에 첨으로 맘이 열려 모든 걸 볼 수가 있어요.
라고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가 지금 내 맘의 모든 느낌을 소박하게 잔잔히 전해 주는 듯하다.
….
정말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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