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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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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안드는 연수교육


BY 선주 2001-08-05

비가 오려나 보다...
회색빛 하늘에 스산한 바람이 분다.
마을 앞쪽 길녁에는 넓게 퍼진 밤나무를 천정삼아
제법 그럴사하게 만들어 놓은 방가로에서
나이드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낮부터 드신 칡술에
지금은 건하하게 취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타령섞인 노래에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것도 모르는 듯 하다.
나도 잠깐 그 밤나무아래서 쪼그리고 앉아
어느 노인의 웃으게 소리에 한껏 웃어주고는 일어났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눈물이 났다.
참으로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

내가 그들과 섞여 산지도 3년째다.
잃은 것 만큼이나 얻은 것 또한 적지 않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나의 스승에게서도 배우지 않은...
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또 그들의 삶을 만분의 일은
흉내 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도 마음의 부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엔 두말 할 것도 없이 많이도 힘들었다.
말을 많이 하는 걸 싫어하는 나는 일일이 주절주절
떠들어대야 이해를 하고 알아듣는 큰시어머니를 상대하는
일 부터 시작해서...
우리집으로 마실오는 어른들 점심해 드리는 것과
커피타드리는것.
노인네 들이 왠 커피는 그리도 좋아하시는지 들..
타드린다하면 하루에도 열잔도 마다하시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쌓이는 봉당의 흙먼지를 모처럼
맘먹고 깨끗하게 물청소 해놓으면, 일분도 않되서
말오시는 분들의 발자욱이 도장처럼 꽉꽉 찍히면서
난 또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안방에서는 말사람들의 화투소리와 함께
노인들만의 즐거운 탄성이 나온다.

한땐 조카며느리 보기 미안하시다며 말방을 회관으로
옮기는 가 싶더니, 것두 몇발자욱 움직이는게 귀찮다시며
안방에서 벗어나질 못하신다.
어쩌다 내가 투정섞인 말을 하게되면 그날은 여지없이
앓아 누우신다.
하루는 나의 속터짐을 호소했더니만,
방안에서 꿈쩍도 않하신다. 식사하시라고 해도 대답도
없으시더니 아프시단다. 그래서 결국 병원에 모시고 가니
어구머니나, 게보린을 10알을 한꺼번에 드셨단다.
난 속으로 내가 졌어요...하곤 노인네를 모시고 집에 오는길에도
내내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상대야 그렇다 쳐도,
아침에 일어나 주방미닫이 문을 활짝 열고 봉당에 줄지어서
있는 화초를 바라볼땐 그런데로 마음이 예뻐지는가 싶으면
또 금방 해가 나고 텃밭에 심어놓은 파랑 숙갓이랑 상추랑에
물을주고 고추밭에 소독통을 짊어지고 갈라치면, 눈물이
다 났다.
궂이 내가 하지 않아도 노인네가 할 것 이지만, 난 꼬부랑에
흔들흔들 거리며 걷는 큰엄마가 못내 미덥지 못해 그냥
내가 짊어지고 만다.
정말 파출부는 해도 농사는 못짖겠다는 동네형님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때다.
요즘 농촌에 남자가 없다.
우리집만 해도 모두 가게를 하다보니 시동생과 신랑, 두남자가
모두 밤11시나 되야 귀하한다. 휴일도 없다.
그러다보니 농사는 노인네 차지인데...결국 내차지가 되고 만다.
그럴땐 울엄마가 원망 스럽다.
시집오기전에 일이라도 죽도록 시키시지...
시집가면 죽을때가지 하는게 일이라며, 내 속옷까지 손수 빨아
주시던 엄마...

그나마 힘들어도도 위안이 됐던건, 설것이도 제데로 할줄 모르게
생겨가지구 일하나는 야무지게 잘한다는 시골 아지메들의 칭찬이다.
그걸로라도 위안을 삼아야지...
왜냐면 내겐 꿈이 있으니까...여긴 잠시 내가 스쳐가는 곳이니까...

그렇게 삼년을 살았네...
지금은...
이른아침 눈꼽만 겨우 띠곤 봉당에 걸터 않아 그간 조금씩 모아논
화초들이랑 아침인사를 나누고...
간밤에도 잘 지냈나...텃밭에도 가보고...
싱싱함을 자랑하는 채소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너희들 참 예쁘구나..'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잃은 것도 있지만, 난 돈안드는 교육을 받고 있는거네.
그래...그런거네.
내스스로 기득해 하며,
난 툭툭 털고 또 하루를 마감한다.

- 1995년 0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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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도회지로 나와 산지가 꾀 됐군요.
이젠 저에게도 이쁜 동서가 생기고...저의 길을동서가 걷고
있답니다.
저의 학교 후배이기도한 동서는 키가 우리 아들보다도 작은
갸날픈 여인이랍니다.
지금은 땅에 공장들을 새주고 동서는 그래도 조금은
세련되게 사는듯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