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준비]
추워지기 전에 서서히 이사준비를 할 요량으로
이곳 저곳을 드려다 보았다
버리지 못해서 쌓아 놓은 살림살이....
이 공간 저 공간에 많기도 하다
오늘은 그릇을 넣어 보관하던 벽장을 열고 들어가
차분히 앉아 추려야 할 그릇을 죽 늘어놓다 보니
한때는 요긴하게 쓰여졌던 접시와 유리그릇
그리고 밥공기와 국 대접.... 동생이 선물했던 그릇
시어머님이 쓰시던 파이렉스 그릇이 많이도 쌓여 있다
옛날 전기 스토브와 프라이팬 유리컵과 화채그릇................
크고 작은 스텐 그릇 만 해도 한 광주리가 된다
이제 몇 년이 가도 꺼내 쓸 일이 없는 필요치 않은 것들이
되어 버렸다
아파트살림에는 필요치 않은 가스난로도 있고 한구석에는
각종 연장도구가 쌓여져 있다
고추장을 담그고 된장을 담글 때 필요한 커다란 스텐 양푼
그리고 아주 큰 대 소쿠리가 몇 개인지....
가벼워서 손에 쉬운 플라스틱 그릇들도 왜 이리 많은가
작고 크고 한 대나무 키와 채반들....
구부러진 전기 스탠드....그 아래서 아들이 공부하며 보낸
시간이 매어 있는 듯 하고
낡은 차상....처음에는 귀여워서 자주 손에 들던 물건이다
전기 토스트 기...한때 아이들이 좋아했던 쨈 바른 토스트로
아침을 만들었었지
그리고 여덟 칸으로 포개져 있는 찬합...역시
가족 나들이에 신나게 함께 했던 추억 담긴 물건이다
갖은 마른반찬과 나물 김치 고기 볶음 그리고 밥........
갑자기 가슴이 쏴 아 하고 아려 온다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 마치 지나가 버린 시간들과
이별을 고하는 듯한 숙연한 마음이 되었다
혹시 라도 쓸 수 있을지 모를 그릇을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지 조심하면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그릇은 다시 추려서 닦아
주방 찬장에 수납하고 버릴 물건은 마당 한편에 쌓아놓고
손바닥을 탁탁 털어 미련을 끊듯이 돌아선다
아주 하찮은 일도 깊이 생각하며 정리하는 요즈음은
하루 종일 기도하며 보내는 듯한 느낌이 된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감사도 하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미미한 불안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