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어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결재서류만 겨우겨우 챙겨 올리곤
다이어리만 뒤적거리며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통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몇명의 친구와 선생님들께 전화를 해가며,
그렇게 지루하게 퇴근시간을 기다리곤 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휘리릭 퇴근을 했었다.
오늘은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어 외출을 했다.
평소엔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을, 오늘은 내가 직접 건강조합엘 갔다.
에어콘바람을 싫어하는 나는 차창문을 활짝열고 달렸다.
풋풋한 여름냄새...
언젠가 내 코끝을 스쳤던 바람이었던 것 같았다.
열몇살 사춘기때도....그 이후에도...
갑자기 그리움과 행복함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가슴을 휘감았다.
그...정체가 무얼까...생각의 끝에 미치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난, 내 목적지를 잠시 떨구곤 자판기 커피한잔을 뽑아들고
역광장 아래에 있는 서점엘 갔다. 평소에 사보고 싶었던 에세이집을
사지는 않고 뒤적이고만 있다가 조금 남은 커피를 한입에 털어넣곤
서점을 나왔다.
수국을 닮은 언니가 생각났다.
전화를 했다.
보고싶다고...
예전에 만났던 역전앞의 씨에틀이란 멋진 카페에서 언니를 기다렸다.
꾀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언니는 오지 않고 웨이터가
얼음물과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언니를 기다리며 정체모를 미묘함에 다시 몰뚜하고 있을때...
옆자리에 앉은 연인들이 다투는가 싶더니 여자가 화가나서
나가버리는 걸 보곤 난 다시 그 정체모를 미묘함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친구 하나가 보고싶어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메세지를 넣다...[갑자기 네가 보고싶다고...]
시간이 너무 지난다 싶어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로 가려는 순간 언니가 반대편에서 날 알아보시곤 오셨다.
우린...그 넓은 카페의 출입문을 중앙으로 서로 다른 반대편 자리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는 미안해 했지만, 덕분에 오랜만의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난 괜찬았다.
오는 길에 아까 그 갑자기 생각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보고파서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도록 보고픈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아...생각이 났다...
그 정체모를 미묘함...그건 아마도 그리운 친구가 있기 때문이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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