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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to복권, Jotto 복권


BY 느티나무 2003-02-07

요즘에 어디를 가나 로또(Lotto) 복권 얘기다. 하기야 세상에
돈 싫어할 사람이 있겠냐만은 돈이야 당연히 정당한 노력을 해서
땀흘려 번 것이어야 하는데 힘들이는 것을 좋아 할 사람은 없으니
사람들 마음 속에 도둑놈 심보는 다 들어 있나보다. 그러니 돈
몇 푼 투자해서 손가락 장난으로 몇 십억, 몇 백억이 들어오니
관심을 안 가지면 오히려 이상하지...

나도 역시 머니를 마니 좋아하지만 반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 흔한
주택 복권 한 장 사지 않았다. 당첨될 확률이 너무나 적기도 했을
뿐 아니라 그런 사행심에 다만 얼마의 돈이라도 건다는 것이 불성실
해 보여서 사지 않았다.

어차피 부란 자기의 분수만큼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가난하고
별로 노력을 안 해도 돈을 버는 사람은 잘도 버는 것이 세상이치다.
그렇다고 내가 어떤 운명론에 사로잡혀서 앉아서 아무 일도 않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나 과욕을 부리고 현실적으로 되지도 않을 일에 모험을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하는 말로 "돈이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돈을 따르면
안된다."는 것이 있다. 복권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을 하는 처남이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주택복권을
사고 있지만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고 한다. 매 번 산다고
당첨이 된다면 아마 당첨자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 매 번 주택복권을 사는 사람이 어찌 처남 한 사람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집을 사는데 대출을 받아서 근저당 설정이 된 것을
해제하기 위해서 은행에 갔다. 순서가 되어서 창구에서 일을
보는데 바로 옆에 로또 복권 안내서와 카드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슬며시 마음이 끌려서 하나씩 가져왔다. 집에 와서
읽어 보니 아주 단순 하면서도 웬만하면 나도 대박의 꿈을 이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원래 복권에 많은 관심이
없어서 책꽂이 어딘가에 꽂아 놓고 말았다.

그 뒤로 한 동안 잊고 지냈는데 요 며칠 신문을 보니 온통 난리가
났다. 개인은 물론이고, 단체로 복권을 사서 당첨되면 서로
나누기로 한 것을 못 믿어서 법률사무소에 가서 공증을 받기도
한다니 가히 우리 나라는 복권공화국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당첨금을
보면 몇 회나 이월되어 몇 백억이 된다니 평생 하지 않던 복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제는 아들이 사 놓고 먹지 않는
사탕에다 1부터 45까지 번호를 썼다. 그리고 상에다 펼쳐 놓고
가족 4명이 모여서 6개의 숫자, 5조를 눈을 감고 돌아가면서 한
자리씩 뽑아서 결정했다. 이제 복권 판매소에 가서 사서 제출만
하면 나도 당첨자 중에 한 명이 될 확률이 있는 것이다.

아들은 당첨이 되면 외제 스포츠카를 한 대 산다고 한다. 딸은
병원을 하나 지어서 개업을 한다나. 아내는 형제들에게 1억 씩
나눠 주고, 큰 집으로 이사가고 나머지는 모두 성당에 기부를
한다고 한다. 나는 연구소를 하나 지어서 대학에 기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노벨평화상을 타지 못했으니 그 연구소 이름을
'느티평화재단'으로는 못 하겠고 '느티콩트재단'이라고 하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직장 앞 복권 판매소를 지나다가 어제 일이 생각이
나서 복권을 사려고 호주머니를 뒤져 봤다. 그런데 어제 분명히
양복 안 호주머니 소중히 넣었던 번호를 적은 메모지가 없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양복 위아래 주머니를 다 뒤져봐도 손에
잡히는 것은 역시나 먼지뿐이다. "어 이상 하다."하고 한 참을
생각하니 아뿔사, 내가 오늘따라 양복을 갈아 입고 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생 복권하고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동료 여
직원에게 어제 오늘 있었던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 여직원
깔깔대면서 하는 말, "느티나무님, 요즘 로또(Lotto) 복권의
엘(L)자가 제이(J)자로 자꾸 바뀌어 간대요. 그러니 앞으로
로또복권 사지 말고 그 돈으로 사모님 꽃이라도 사다 드리세요."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퍼뜩 든다. '아, 내가 지난 결혼기념일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장미 한 송이 사다 주지 않았지. 오늘이라도
멋진 장미를 사가지고 들어가야지.'하고. 왜? 요즘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혼서류를 내밀어 황혼이혼
으로 복수를 하는 아내들이 늘어났다니 말이다. 당첨될 확률이
840만 분의 1밖에 안 되는 로또복권에 단돈 천 원이라도 투자
하기보다는 확률 100%의 아내복권에 투자해서 노년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결론은 간단하다. 그래, 결정했어. 나는 복권과는 인연이
없어. 앞으로 Jotto 복권은 절대로 사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