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내려가는 발에 걱정이 매달려서
아침부터 찌뿌둥한 걸음을 내려 딛는다.
만으로 열살쯤을 먹은 내 애마(?)가
요즘 슬슬 애를 먹이고 있으면서
쏠쏠하게 내주머니를 훑어 빼내가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개운하게 손질이 안되어
아침이면 키를 꽂으면서 긴장을 하게 만들고 있다.
"아니,전문가가 모르면 어쩐대요?
오늘도 시동이 잘 걸리지 않으면 또 맡겨 놓고 와요.
벌써 며칠짼데.. 나, 무서워... 멀리가서 차가 속 ??히면
어쩌라구...자기가 책임지고 고쳐와요."
애매한 남편에게 걱정을 털어버리려 따발총(?)을 한방 쏘아보지만
나보다 별로 나을게 없는 남편의 자동차 상식을 알기에
조금도 답답한 마음이 풀리질 않는다.
두어번 시도끝에 간신히 걸린 엔진소리가
돈먹은 값을 하는거지 제법 조용해지긴 한것도 같다.
약하게 켜놓은 히터도 곧바로 열기를 품어주고 있으니
다른건 말짱하게 치료된것 같은데
하루걸러 한번씩 아침이면 시동이 안걸리는 것때문에
나는 며칠째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작은 아들이
물기젖은 머리를 한채 추운 얼굴로
뒤따라 오던 걸음을 내옆으로 붙이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엄마, 재수 좋으면 제가 차 바꿔 드릴 수 있을거예요."
"네가 내게 차를???"
"네, 꿈이 좋아서 로또복권을 샀거든요. 엄마가 타고 싶다던
에쿠스로 바꿔드릴께요."
"꿈 깨세요, 아드님~! 나는 에쿠스 사줘도 유지 능력이 안되옵니다."
"걱정마세요, 어머님~! 평생 유지 하시라고
주유소도 하나 사드릴테니 아르바이트생 두고 운영하시며
나머진 용돈 쓰세요.!"
"그런 불행은 없을거예요, 아드님~!
그런거 당첨된 사람들 대부분이 전보다 안좋은 생을 보냈다네요."
"그럼 일등말고 이등쯤이면 괜찮겠지요?"
.
.
.
학원엘 가는 아들이랑,
가게 나가는 그이랑,
화실로 가는 나랑.
이루어 질 수 없는 황당한 꿈을 꾸며
그꿈에 잠시 모두 후질근하게 취해도 본다.
그러나 곧 꿈 속에서 깨어나고는,
아침하늘의 상큼한 공기 같은 웃음으로 차안을 꽉 채우며
십여분동안 움직이는 좁은 차안에서,
조금전의 무거움을 모두 털어 내 버린다.
"꿈깨고 열심히 하다 와!
이틀이면 부도 날 어음 가지고 큰 소리는~~~!"
"네, 다녀 오겠습니다."
길을 건너는 아들의 뒷모습이 스프링 신을 신은것처럼 가볍다.
다 건너서서 건너편의 나를 확인하곤 손을 치켜든다.
요즘 국민의 대다수가 관심을 쏟고 있는
로또복권 열풍에 아들들도 휩쓸려서, 엊그제 저녁 한참을
억! 억! 해대쌌더니 결국은 그런꿈까지 꾸고는
만원어치씩을 사가지고 온 것이다.
살기가 자꾸 힘들어지면서
한탕에 희망도 걸어보지만, 당첨 확률이
"마른 하늘에 벼락 맞았다가 기적으로 살아나서 또 벼락 맞을 확률"
이라니 너무 황당한 곳에라도 희망을 걸어봐야하는
우리네들의 삶이 가끔은 안스럽다.
이틀동안 가끔씩 꺼내보며 가슴 두근거림이
오늘 하루가 지나가고 나면 하루만 남겠지.
내일 하루동안 아들들은 얼마나 많은 희망의 그림들을
그렸다 지우고 또 그리고 할런지.....!
이번의 경험으로 앞으론 헛 꿈을 꾸지 않게 되는
산 경험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