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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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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 ...


BY 쟈스민 2003-02-04

여고를 갓 졸업하고 이곳 직장에 처음 발디뎠던 그 해에
어머니는 먼 곳으로 가셨습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친정은 늘 어딘가 모를 쓸쓸함으로 다가섰고,
형제들 중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은 다 같아 보였어요.

일년에 두어번 명절이 되면
제일 큰 오라버니네집이 친정집 같아 마음을 열고 형제 자매들끼리 모여 앉아 도란거리곤 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올캐언니가 느꼈을 부담감을 조금씩 헤아리면서부터
맏언니인 우리집에서 모이는 게 편해지기 시작했답니다.

큰딸은 엄마 대신이라더니 그말이 꼭 맞나 봐요.

언니가 마음으로 차려내는 따뜻한 밥상에 둘러 앉아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동생들을 바라보니
절로 마음이 흐믓해져 세상에 그 어떤 부자라도 그처럼 넉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먹지 않아도 배부른 일년 중 그 어느때 보다 귀한 하루를 보냈지요.

고만고만한 어린 조카들 덕에 우리집은 잠시 어린이집이라도 된 듯 했지만
하나도 정신없지 않고, 그저 신통하고 대견한 눈으로 자식들을 바라보셨을 내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예쁘기만 하더군요.

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지만, 그 꼬마들까지 모두 데리고 20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산소엘 갔었어요.

조막막한 아이들의 손에 화사한 꽃다발 들리어 안고, 업고 가는 그 길에서
내 어머니의 함박웃음을 그리다 보니
그동안 자주 찾아 뵙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됩니다.

조금은 인생이 덧없어 보여서 한참을 그렇게 먼 하늘만 바라 보았지요.

지금쯤 살아계신다면 얼마나 좋으실까...

손주녀석들이 저리도 이쁜데 어찌하여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고
그렇게 일찍 먼곳으로 가버리신걸까...

후회는 언제나 늦다더니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조금은 내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아집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같은 남편의 우스개 소리에
우린 서로에게 지금보다 조금씩만 더 잘하고 살 수 있었으면...
바램석인 웃음을 눈으로 나누었습니다.

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조카들에게 작고 앙증맞은 옷 한벌씩을 골라주는
이모, 고모로 사는 일은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답니다.

출가를 해서 대구, 부산에 사는 여동생들은 이곳 대전에만 오면
언니네 근처에서 살고 싶다 말합니다.

맛난것이 있어도 너무 멀리 있으니 함께 나누질 못하고,
살다가 힘든 일 있어도 전화로 이야기 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인가봐요.

차린 것 없는 밥상에서 그래도 따뜻한 마음들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그렇게 넉넉하고 서로가 행복한 마음을 한아름 가슴에 담고서
무척이나 서운한 발걸음으로 헤어지게 만듭니다.

비록 자신이 사는 모습이 초라할지라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 아닌가 해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가족이기도 하지요.

요리 잘하는 여자와 사는 것은 평생 행복한 일이라며
큰 시누이를 치켜 올리는 작은 올캐의 말 한마디에
잠시 으쓱해진 듯 보이는 남편의 어깨에서
나는 새삼 가족애를 느껴 봅니다.

올 한해도 그들 모두의 가정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친정나들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동생들에게
난 친정어머니라도 된양 김치를 싸 주고, 반찬거릴 나누어 주지요.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친정이 여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더란 걸
나이를 하나 둘 보태며 알게 되었기 때문에
쓸쓸한 발걸음으로 뒤돌아 나오던 친정나들이가 너무도 가슴 아픈적 많았기에
동생들의 마음을 한번 더 헤아려 보게 되었지요.

어머니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오남매는 모두들 건강하고 바르게 지금껏 성장해 주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하기만 한지요 ...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앞두고서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다 하여도 그들만치의 사랑과 정으로 누구든 그리 살아간다면
세상은 정말 살만 한 곳일텐데 ...

그리운 어머니 ...
모두 지켜보고 계신 거죠?

그곳에서는 부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 수 있는
그런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머니 ...

그곳에서는 부디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바램으로
그리운 어머니를 가만히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