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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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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96)


BY 녹차향기 2001-08-01

그동안 어딜 갔었기에 꼬빼기도 비추지 않았냐구요?
죄송해요.
사전에 미리 신고를 하고 움직여야 하건만,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아이들과 대전에 사는 동생집에 며칠 다녀왔거든요.
또 결국 영덕에 계신 라일락님을 뵙지도 못하고.........


방학이라지만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또 몇 개 학습지와 영어 테이프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아이들, 참 불쌍 하잖아요?
개인의 발전을 위한다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부모의 욕심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지 방학이지만 별로 방학답게 보내고 있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지요.
대전 동생네 집에 놀러가기 전,저는 작은 애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어요.
준비물 : 칫솔, 편하게 입을 잠옷, 물총
부모님들도 흔쾌히 승락을 해 주시고, 작은 애 친구들이 모이자 우리집엔 남자만 모두 6명이었답니다.
남편, 큰애, 작은 애, 친구 3명.

오후 늦도록 물총 싸움을 함께 했는데, 그거 정말 재미있더군요.
뜨거운 태양 아래였지만, 그렇게 한가지 일에 정신을 팔고, 또 시원한 물총 세례를 받으니 정말 시원하더군요.
장소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이었는데, 그 뜨거운 날에도 축구부 아이들은 맹 훈련을 받고 있었어요.
구릿빛 그을린 얼굴들이 어찌나 반짝이며 예쁜지....
이열치열이라고, 한낮의 태양아래서 뛰놀고 오니 아이들이 오히려 더 씩씩해진 느낌이 들었답니다.

저녁식사는 카레라이스.
3학년 아이들 손에 칼을 맡긴다는 것이 사실 조금 부담스럽긴 하였지만 아이들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감자와 양파를 벗기고, 당근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야 한다고 하나씩 설명을 해주고 맡겨놓으니 웬걸? 제가 걱정했건 것 보다 아이들을 훨씬 침착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남자아이들 솜씨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카레를 아주 잘 만들었어요.
굵은 땀방울을 죽죽 흘리면서 요리에 열중하면서 아이들을 주방에서 수고롭게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엄마를 한번씩 떠올렸겠죠?

드디어 식사시간,
"와아!!! 이렇게 맛있는 카레라이스는 처음이야!"
"세계 어떤 일류 요리사가 만든 어떤 멋진 음식도 이 카레라이스를 따라오진 못할거야"
아이들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지요.
한 그릇씩 식사를 맛있게 하고, 저희들 손으로 설거지를 직접해서
뒷정리도 말끔하게 하더군요.

저녁식사후에는 바둑알을 놓고 알까기 명인전을 벌였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바둑알을 굴리면서 아이들이 흥분을 하는 모습, 그게 제가 바로 보고 싶었던 모습이었답니다.
그 아이들 머릿속에 그 순간은 알까기에 대한 생각만 있을 뿐, 학원이나 공부 혹은 잔소리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시간이 늦어지자 저는 준비한 비디어테이프를 함께 보자고 했지요.
으시시한 공포영화, 물론 며칠동안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혼자 집을 지킬 때 두려운 마음이 생기겠지만 한 여름밤에 어디 공포영화만 한 게 있나요?

12시경에야 영화가 끝났고, 다시 바둑알 젓가락으로 집어 옮기기 시합을 한 다음에야 아이들은 거실에 나란히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어요.
그래요, 아주 오래도록 소곤거리다 말이죠.
전 아이들을 참 좋아해요.
아이들의 눈동자엔 아직 이 세상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들어있잖아요?
그 눈동자와 그 맑은 마음씨에서 세상을 바르게 살아나갈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되거든요.

그렇게 아이들과 캠프를 했어요.
뭐 꼬옥 비싼 돈 들여 어딜 보내야만 의미있는 캠프인가요?
다음엔 저희집 아이들을 지들 친구네 집으로 자러 보낼거랍니다.
가서 친구를 더 많이 알아오고,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조금 더 갖기를 바라지요.
다른 집이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갖기를 바라지요.
무엇보다 둘 사이가 더 친해졌음 좋겠지요?

오늘 밤 임진강엔 비상이 선포되었고, 물 때문에 난리네요.
아무쪼록 모든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지않고 무사히 장마가 지나길 바래요.

(*heouse54님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남편분 빠른 쾌유를 빌게요.
뜨거운 날에 배달다닐 때 챙이 넓은 모자도 꼬옥 쓰시고요, 식사도 제때 꼬박꼬박 잘 하세요.
박라일락님, 영덕에 못들르고 대전에 있는 동생집에서 며칠 지내다 그냥 돌아왔거든요. 담에 기회가 있으면 정말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

밤이 늦었죠?
며칠 비워두었던 집에 주부 손이 닿을 곳이 어디 한둘인가요?
이제사 정리를 마치고 컴 앞에 앉았답니다
피곤하기도 하지만,아이들이 맘껏 쉴 수 있었던 며칠이었거든요.
저두 이젠 자려구요.
님들도 좋은 밤 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