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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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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의 나라사랑


BY 김경숙 2000-09-14

우리 집 근처에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조카가 있다. 말썽꾸러기로 소문 난 조카는 늘 언니의 조바심을 태우곤 한다. 학교에 보내면 집에 귀가할 때까지 "혹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나"하고 마음이 졸여질만큼 나의 조카는 엉뚱한 일을 곧잘 벌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난꾸러기 조카가 학교에서 상장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글짓기로..... 글짓기의 소재는 '나라사랑'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 언니가 환한 웃음으로 조카가 쓴 글을 가지고 왔길래 읽어보았다.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답게 글이 재미있고 예뻐서 잠시 소개하려고 한다.

작은 손 예쁜 마음

오늘도 텔레비젼을 보시는 엄마와 아빠는 병원이 또 문을 닫으면 어쩌나 하신다. 왜 병원이 문을 닫는지 모르겠지만 의사아저씨와 약사아저씨들이 싸우시는 것 같다.
사실 내 동생이 감기에 걸렸는데.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양보하라고 하고 바르고 예쁜 마음으로 자라라고 하신다. 하지만 때로는 어른들이 다 거짓말장이 같다. 길을 건널 때 어떤 아저씨들은 빨간 불인데도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차에서 휴지를 마구 내던지기도 한다. 차례차례 줄을 서는 곳에서 순서를 지키지 않은 아줌마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손이 거인 아저씨의 손처럼 엄청나게 커다면 신호등 안 지키는 아저씨의 다리를 내 커다란 손으로 꽉 묶어 제자리에 세울 수도 있고 몰래 휴지를 버리는 아저씨에게는 내가 한 손에는 휴지를 다른 한 손으론 아저씨를 휴지통 앞에 탁 세워 휴지를 버리라고 할 것이다. 또 차례를 지키지 않은 아줌마는 내 커다란 두 손으로 번쩍 안아 맨 뒤에 줄을 서게 할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나의 하늘만큼 커다란 두 손으로 의사 아저씨와 약사 아저씨들의 손을 다 내 손안에 넣고 웃어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손이 너무 작다. 속상하다.
엄마는 작은 손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하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든지 잘 먹어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이다. 또 매일 혼나기도 하지만 물건을 아껴쓰야 하고 친구, 선생님, 아빠, 엄마, 동생 모두를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다.

나의 작은 손으로 예쁜 마음을 가지고 항상 하하 웃는 것도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