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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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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BY 바늘 2000-12-08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친정 어머니는 조그만 상에 촛불을 밝히시고 새벽을 기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엄마의 부산한 삶이 결코 내가 따라 가고픈 길이 아니였어도

늘 기도로 아침을 맞이 하셨던 촛불과 어머니의 아련한 모습은 어머니의 모든

허물을 덮어주곤 했었지...

어려서 아니 어머니의 배안에서 부터 난 어쩌면 어머니의 아침 기도 소리로 태교를

받았는지 모른다.

지금은 12월인데도 환경오염 탓일까?

 

눈이 야속할 만큼 인색을 떨지만 나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겨울이면 날도 춥고 눈도 넉넉하게

퍼부워 주곤 했었다.

12월이 오고 크리스마스 성탄이 가까워 오면 내가 다니던 성당에서는 부산하게 연극 준비와

성가 준비로 분주했었다 

어느해 겨울 크리스마스 이제는 40대 아줌마가 되어 있는 나에게 평생 기억되는 추억이 하나

생겨났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다.
성당을 새로 건축하여 넓어진 성당에서 크리스마스 성탄 잔치가 열렸는데 

지금도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되는 신부님 이름 \"에드워드\"


에드워드 신부님은 멀리 외국에서 성당 신축 축하를 위하여 성당 방문을 해주신 분인데  

데레사라는 세레명을 가진 나는 성탄과 성당 신축 축하 의미로 열린 잔치에서 먼 곳에서 방문해 주신

에드워드 신부님을 환영하는 축하 인사를 첫 무대에서 하게 된 것이다 

성당에는 빈 자리 없이 빼곡하게 신자들로 가득하였고 그 곳 무대에서 여섯살 꼬마 데레사는

또랑또랑 인사말을 시작 하게 되었는데 

여섯 살 나는  당시 한글을 모르는 상황에서 성당 선생님이 가르침 대로 외워서

인사말을 연습하였었다

\"먼 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오신 에드워드 신부님을 환영합니다~\"


거기까지 시작은  좋았다.

게다가 한복점을 하시던 어머니가 고운 색동 한복을 지어 주셨고 한복점 앞에 있는 초원 미용실에서

머리도 고데기로 산 처럼 부풀려 주어서 모두에게 예뻐라 예뻐라 칭찬을 들으며 외모는

나름대로 완벽을 점 찍고 있었는데

 

 그만 시선 집중인  무대에서 여섯살 내게는 소화하기 벅찬 무대였는지

 중간 부분에서 연습한 내용의 대사(?)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내게 인사말 지도를 해주시던 선생님은 진땀을 흘리시고 급기야 무대 뒤에서 대사를

불러 주셨는데 나는 안 들려요  크게요 뭐라고요 선생님?

 

무대 앞에 계신 많은 신자분들은 웃고 난리였으며   
축하 잔치 서두에서 나의 실수는 웃음과 함께 첫 무대를 생각지 않은 코미디로 만들어 버렸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나는 여섯살 색동 한복입은  꼬마로 돌아가 실수와 웃음이 넘쳤던 시절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