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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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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방 예찬


BY ooyyssa 2003-01-24

여덟시가 넘었는데도 아이들은, 느긋한 겨울방학의 아침잠을
놓지않는다.
여유로와진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어머니의 샷시문 열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나는 아줌마들의 수다를 읽고 있다.
희미한 방안에 컴퓨터 앞에 앉은 며느리를 보고,
“아이고, 어른이 저 모양인데 아이들에게 무슨 잔소리를 해. 니도 누구처럼 그러다 보따리 싸는거 아니가?” 시어머니가 혀를 찬다.
하긴 우리 시어머니 걱정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누구 며느리는 채팅으로 만난 사람하고
바람났다하고, 누구 엄마는 이혼했다더라 하니 걱정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밤늦게 혹은 이른 새벽에 모니터 불빛에만 의존해 불도 켜지 않고, 시어머니 나가고 들어오는데도, ‘네네’ 거리기만 할 때는 의심이 되나보다.

하지만 어머니의 걱정이 기우라는 걸 어찌 설명할까?

나는 100타도 겨우 될까 말까한 독수리타법을 구사하는 사람이다.
그 실력으론 어떤 대화방에도 기웃거리지 못한다.
어쩌다 정말 엿듣고 싶은 대화방에 가면, 자판 쳐다보다 그야말로
대화가 안되서 씁쓸하게 되돌아 나온다.
게다가, 나는 아컴에서 삶의 향기나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삶을 눈으로 ?아 다니기도 바쁘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작년에 수필로 등단을 했다.
“글로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이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만 살아간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글로라도 여러 가지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라고 하는 그 분의 말을 들으며, 정말 나도 그렇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 방에서 남의 말을 듣고, 내 이야기를 하고, 서로 위안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아마 채팅으로 바람났다는 사람들은 마음으로 하는 이런 대화방을
몰랐던 사람들일 것이다.

여기에 들고나는 시간이 있어 하루가 즐겁다.
덤으로, 얻는 것은 어느새 내가 글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내 생각 꺼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타이핑 속도는 안늘지?

삶의 기쁨을 주는 모든 님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