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던 여름 오후였습니다.
언니들이 학교를 가고난후 한가하게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이런 날에 호박 썰어 칼국수 해먹으면 참 맛있겠다며 천장 밑으로 떨어져 어는새 빗물이 차버린 세수대아를 치우십니다.
엄마 부침개 먹고 싶다. 우리 해먹자.으응...엄마
엄마 옆에 앉아 계속 조릅니다.
해줘 ......해먹자
엄마는 제손을 잡고 빨간색 조명이 켜진 정육점으로 갑니다.
저...아저씨 버리시는 돼지기름 있으면 조금만 얻을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돼지기름은 뭐하시게요..하며 신문지 위에 조금 떼어 엄마에게 건냅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엄마는 부침개는 돼지기름으로 해야 맛있어...하며 걸음을 재촉합니다.
겨우 여섯살이었던 저는 우리집에 기름도 없어서 엄마가 저걸 얻어 오시는 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와서 엄마와 난 아무 것도 넣지 않은 하얀 반죽에 돼지기름이 자글자글한 부침개를 맛있게 나누어 먹습니다.
꺼져가는 연탄불위에 찌그러진 후라이팬 ...지글거리는 돼지기름....아궁이에 둘이 앉아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먹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요.지금도 비가 오면 그때 먹었던 돼지기름 냄새가 기억나는듯 합니다
내나이 삼십 .....이제야 엄마 맘을 조금 아주 조금 알것 같습니다.
딸넷을 키우며 월셋방에서 월세방으로 이사한것이 스무번이 넘습니다.
없는 형편인줄 알지만 늘 불평만 했던 나의 학창시철 철없이 행동했던 모든것이 후회 됩니다.
모든것이 풍요로운 지금 .. 아무것도 부러울것이 없는 지금.
평생 고생한 하신 엄마가 건강하시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