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햇빛이 쨍쨍 나길래 눅눅해진 이불과 아이들 신발을 깨끗하게 빨아서 베란다에 널어 놓았다. 비로 인해서 냄새나고 습습한 이곳 저곳을 쓸고 닦았다. 그러기를 몇시간 갑자기 위에서 후두둑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이고 하느님 지는 어찌하라고......
다름아닌 위층에서 베란다 청소를 한다고 호수로 물을 뿌리는 것이었다. 고추장 독도 열어 놓았는데 이건 무슨 하늘의 장난이란 말인가!
깨끗한 빨래는 흙물이 베어있고 고추장 항아리엔 물이 고여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봤지만 이미 사태는 심각했다.
대책이 서질 않는다. 원망만 할뿐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당장 없다.
하긴 이런 일이 벌써 세번째이긴 하지만....
층층에서 가끔 이렇게 당황하게 한다.
그들은 왜 생각을 못할까? 당연히 아래층엔 사람이 살고 있거늘 한번쯤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피해는 주지 않으련만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이웃? 메말라 가는 사람들의 정서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인 듯 싶다.
그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벌레들이 죽는다고 뜨거운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오늘 우리들의 현실은 너무도 이기주의가 되었다.
오늘 일을 보면서 또 한번 다짐을 한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도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공동생활체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살아야 되는 것이 아닐까?
쓸쓸한 하루를 마감하며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