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이고, 엄마이고, 며느린 여자입니다.
특히 나는 맏며느리입니다.
여자들은 흔히들 모여 앉기만 하면 시댁 이야기를 늘어 놓곤 하죠.
큰 아들과 작은 아들, 아들이 둘인 집에서 작은 며느리인 그녀는
큰 며느리가 당연히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강력히 말합니다.
무책임하다고 큰 며느리를 비난합니다.
큰 아들네는 살림이 아주 어려워 함께 모시고 살 처지가 안 될 수도
있었든데, 어쩌면 큰 며느리도 모셔야 겠다는 마음이 있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주장을 말합니다.
작은 아들네는 그래도 넉넉한 살림에 다만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옆에서 본인이 보살펴 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외에 별다르게 모시지 못할 문제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사는 듯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작은 며느리는 처음부터 큰 며느리로 시집 갈 마음조차 있었는가 묻고 싶어집니다.
사람을 먼저 보느냐, 그가 처한 환경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그 훗날 아주 많은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은 죽어도 큰 며느리로는 될 수도 없는 사람이면서 큰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잘도 갖다 붙입니다. 하기 좋은 말이라고...
누구나 그 사람의 삶을 속속들이 다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더더욱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늘 조심을 하며 그리 살아야 될 듯 싶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를적에는
특히나 아들을 낳았다고 마치 무슨 특별한 혜택을 입은 듯 좋아하고들 그러는데....
이런일들을 곁에서 접하고 보면 아들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엄마에겐 평생 늘 친구 같은 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편의 생각은 또 다를지도 모르지만.....
나도 큰며느리인데 내 앞에서 큰 며느리는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하는 나름대로의 당위성 어린 주장을 늘어놓을 때 약간 메스꺼운 속을 진정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본인은 정작 어떤 며느리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 시어머니가 될 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산다는 게 조금쯤 서글퍼 집니다.
맏며느리는 또 얼마나 나름대로의 심적 부담과 책임감이 있을까를
작은며느리들이 다 알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터인데....
도움을 주지 못할바에는 한 마디의 말이라도 좋은 말만 해 주는게 옳은 일이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 맏며느리만이 부모를 모시고 봉양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면 이기적인 여자들이 많은 세상에 장가가기 어려운 큰 아들들은 다 어찌해야 하는 건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하고,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이 기른 자식들이 이처럼 서로에게 자신의 입장만을 말하는 일이 버어진다면 세상은 너무나 메말라 버리지 싶습니다.
물질적으로 좀더 여유로운 작은 아들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여 부모를 생각해 드리고, 물질적으로는 여유가 없는 큰 아들네에서는 그래도 내가 큰 아들이니 부모님을 모셔야지 ....
하는 마음가짐으로 좀 더 나은 날들을 위하여 노력하며 그리 살면 될 것 같은데....
이런 나의 생각은 너무 이론적이기만 한 걸까? 의문스럽습니다.
나도 큰며느리지만, 설령 내가 작은집보다 어렵하 하여도 나이 드신 부모님을 작은집으로, 딸네집으로 오락 가락 하시게 하는 일만큼은 정말 하기 싫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시부모님들이 나를 딸 같이 생각하고, 함께 정붙이고 살고 싶은이가 큰 며느리라고....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지는 이라고....
그런 말 들으며 부족하지만 인정받는 며느리로 그리 살고 싶어집니다.
그래, 난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지만 지금 당장 눈 앞의 내 일신의 안일만을 위하여 무관심해도 좋을 그런 부분이 아닌 우리의 부모님들, 우리 또한 이미 부모이지 않은가? 어린 아이들이거나, 조금 웃 자란 애 어른들이거나, 그들의 부모이지 않은가?
내 자식에게 열번의 말로 효를 이야기 하기 보다 일상속에 묻어나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처럼 자연스러운 교육은 없다고 봅니다.
모두가 한 가족인것을..... 잠시 스치고 지나는 인연인 것을...
우린 너무 늦게 깨달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조차 큰며느리로서 도리를 완벽하게 다하진 못하며 그리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며느리와 작은 며느리의 차이는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큰 며느리는 늘 언젠가는 부모님과 함께 살 수도 있는 거려니...
늘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고,
작은 며느리는 그래도 큰 며느리가 있으니 난 그 다음이려니... 늘 한발짝 뒤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어른들은 흔히 이야기 하십니다.
큰 며느리는 타고 난다. 큰 며느리는 따로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난 늘 나의 그릇의 모자람으로 한편 쑥스럽고...
내심 나 자신을 다 잡아 보곤 합니다.
우리가 부모님들에게 하는 만큼 옆에서 자식들이 보고 배우고 자연스럽게 이끌리어 그들도 부모를 그리 대할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자식들에게 무엇을 바란다는 것도 익숙지 않을 것 같은 세대를 살고 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며느리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마음을 기대고, 서로 부대끼며 그리 살아햐 한다는 것 만큼은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해도
그것 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나는 어떤 며느리인가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부모라면 끔찍히도 생각하는 옆에 있는 남편에게서
난 오늘도 좋은 점만 골라서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