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을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알아?'
차창밖 서편으로, 지는 해 주위가 빨갛게 물든 장관을
딸아이와 감탄하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딸애가 이렇게 물었다.
'응? 글쎄....노을이 어떻게 생기는 건데?'
'있지, 노을은 햇님이 토해낸 피야.'
'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제 여섯살 난 아이가 노을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지....
한참을 어리둥절해 있다가 다시 딸애에게 묻는다.
'그거, 너가 어디에서 들은 얘기야? 아니면 그냥 생각 해낸거야?'
'응, 엄마. 내가 그냥 생각해낸거야.'
'정말? 우리 딸 대단하네. 꼭 시인같애'
'시인이 뭔데? '
'너, 동시 알지? 그런 시 쓰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해.'
아이는 시인이 뭔지 자세히는 모르겠어도
엄마가 눈을 휘둥그레하며
감탄하는 양에 제법 고무된 듯 하다.
'맞어, 나 시인이야.'하면서 대단히 자랑스러워하는,
보기에 따라 가히 거만스럽기 까지 한 모습으로
또 무슨 생각엔가 골몰한다.
기실 딸애의 입에서 이 기막힌 표현이(기막힌 표현 맞쥬?)
흘러나왔을때 적잖이 당황했던 데에는,
'피','토한다'등의 단어들의 낯설음 때문이었다.
이 엽기적인 표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무엇인가 피를 토하는 광경마저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여간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에서라도 본 걸까?
하지만 재차 물어도
아이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단다.
그러니, 어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온 말인지는
알길이 없는거다. 미스테리다.......
때때로 아이들의 즉흥적이고 무개념적인 말들이
어른들이 사유하고, 또 사유하여 얻어낸 시 한구절보다
더 창조적이고 더 천재적인 경우가 있다.
어린애들이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
더 순수하고 더 진지해서일까?
어린애들의 감성지수는 아마도 어른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낫지 않을까도 싶다.
그런 아이들의 글을,표현을 어른들의
날카로운 분석의 메스로 어떻게 해부할 수 있을까?
어쨌든 시인이라고 추켜 세워준 것이 퍽 제 맘에 든 모양이다.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노을의 붉은 빛을 얼굴 전면에 받으며,
비장한 말투로 또 이렇게 말하는 거다.
'엄마, 노을은 또.....있지,
화산이 폭발해서 하늘을 뒤덮은 거야.'
그래, 용암이 솟구치면서 여기 저기 떨어지는
불덩어리들, 그 벌건 불덩어리들이 뒤덮은 하늘...이라.
아, 우리 꼬마 시인의 이 거침없는 표현앞에
엄마는 또 한번 할말을 잃는다....
우리 딸아이, 정말 최연소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해야 하는 건 아닐까?
엄마의 죽었다 깨나도 이루지 못할 원을 울 아이가 풀어주려나....
에구에구, 팔불출이 따로 없나보다, 정말.
결국 오늘 에세이는 자식 자랑이 되어버린 건가 싶다.
이해해주시겠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