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아침에 씻는 것과 저녁에 씻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38

나홀로 거리에.....


BY 올리비아 2003-01-13


토요일 오후1시..
S 폴리스 교육일이다.

본사가 있는 삼성동 아셈타워까지 
남편이 태워주어 편히 교육을 받고 토론을 마치고..

4시쯤 거대한 공룡같은 빌딩에서 
토해 나오 듯 밖으로 나오니 순간 
높은 빌딩과 거리의 차들로 정신이 아찔하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 홀로되어 잠시 갈길 몰라하니..
겉만 도시녀일뿐 속은 영낙없는 시골 아낙이다..

복잡한 서울을 그저 차안에서만 느끼곤 하였지
이렇게 나홀로 길거리에 서서 느껴보긴 처음인 듯 싶다.

'어디로 가야 되나..'
잠시 망설여 본다.
가지고 온 딸의 핸드폰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나 교육 끝났는데.."
"그럼 이곳으로 와.."
"칫~ 나 안데릴러 와?"

괜시리 되지도 않는 투정을 해보곤 
남편과 만날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는다.
또 망설여 본다.
'택시를 타나..버스를 타나..아니면 전철?'

아무리 지리를 몰라도 우선 택시는 제외시킨다.
시간이 많으니.. 돈은 아껴야지..

날씨가 많이 풀어진 듯 하다.
우선 방향을 잡고 길을 걷는다.
순간 버스정거장에 서있는 버스하나가 눈에 띈다.
잠실역! 
그래 우선 그곳에만 가면 찾아갈 수 있지..
자신감에 낼름 버스에 오른다.

적당히 붐비는 버스 안..
라디오의 볼륨소리가 세상의 소음을 잠재운다..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께서 순간 일어나신다.
버스의 요동으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시는 할아버지를..

마침 옆에 서있던 내가 재빨리 팔을 잡자,
할아버지는 나에게 팔을 잡힌채 머쓱해서 웃고
순간 나도 나의 터프?한 팔짱에 어색해서 웃고..ㅎㅎ

잠시 후 잠실역 롯데 백화점이 보인다.
작년 명절에 선물 받은 구두티켓을 쓸 요량으로
롯데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신발을 살까..가방을 살까..' 

10만원권 구두티켓 한장 있으니
마치 백화점안에 물건을 다 살 것만 같다..

주말..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엔 수많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소리없이 요동치며 오르 내리니
인산인해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1층에 정갈하게 진열된 핸드백을 둘러보니
대부분 가격이 20만원대..
놀라움 애써 감추고 말없이 3층 
구두매장으로 올라가려 발길을 재촉한다.

순간 명품코너에 있는 신발이 눈에 띈다.
썰렁하리만큼 깔끔한 진열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돈많은 인간들 참 많네..
가진자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를 
그렇게 마음속으로 비아냥 거려본다..

3층 내가 갖고 있는 구두코너로 찾아갔다.
결국엔 공짜티켓에 현금 삼천원을 더주고 
큰딸의 신발을 사고보니 마치 3,000원에 구두를 산듯한 
기분좋은 묘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철을 타기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 휩싸여 다니면서
문득 내가 지금 다리에 땅을 밞곤 있는건가..

아..너무 어지럽다..

'이것이 바로 사람 멀미인가..'
지겹도록 많은 사람들속에서 난 그렇게 간신히 
눈썹 힘껏 치켜세우며 어지러움을 참고 있었다.

전철역을 찾다 내려온 잠실 지하상가..
그곳을 걷다 우연히 눈에 띈 만원짜리 신발가게..

이런...
명품코너보다 신발이 더 예쁘고 더 다양하네그려....
순간 나의 눈높이에 웃음이 나왔다.ㅎㅎ

명품신발도 유명신발에도
단돈 만원하는 신발가게에도..

어느곳이듯 그렇게 제각기 색을 가진
신발들만큼이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전철역으로 다가가 차표를 사려니 매표창구가 없다.
잠시 황당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순간
저만치 벽면에 서있는 자동 판매기들이 보인다.

그곳으로 슬며시 다가가 안내표를 읽어보곤 동전을 넣어본다.
왠일인지 동전을 넣고 넣어도 자꾸만 낼름거리며 다시 나온다.
그렇게 몇번의 실수로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 표를 구하곤 
그 깊은 땅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수많은 사람들.. 무표정한 모습들..
한겨울이라 옷차림들은 대부분 어두운 검은색 외투들..

문득 그들의 뒤를 무심히 따라가면서 순간 내가
마치 저승사자 뒤를 자꾸만 따라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말없이 자꾸만 자꾸만 땅속으로
무리지어 걸어가고 있는 저 검은 사람들..

'아..무서워라..마치 저승 열차를 타러가는 것 같네..'

피곤해서 그런지 나의 생각들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로 

지친 걸음걸이는 점점 무겁게 끌려가는 듯 
아니면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 그렇게 
무리지어 함께 따라 걷고 있었다..

이렇게 수 많은 시간속에서.. 
수 많은 사람들속에서.. 
나 혼자 걷고... 나 혼자 생각하니..

삶의 희비와.. 천국과 지옥은 다름아닌..

바로.. 내 안에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듯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