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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여정


BY somjingang 2003-01-08

우연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밀레'의 작품전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마음이 먼저 밀레의 그림속으로 달려 갔었다.
미술에 관한한 문외한인 나지만
적어도, 밀레는 그 이름을 미술교과서에서 들었을 지언정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가 아니던가.
아이들에게 자연을 엄숙하게 캔버스에 옮겨 놓은 밀레의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회색빛도시에서 그 도시의 삭막함을 닮아가는 내자신에게
밀레가 그린 그림속의 자연을 들여놓아 주고 싶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시립미술관을 가는 길은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야 한다. 미술관가는 길에 만나는 덕수궁 돌담길에
눈이 쌓여 있었다. 그 눈길이 풍성했으면 더없이 낭만적인
겨울의 풍경이 되어 주었겠지만, 지난번에 내리고 녹지 않은
눈인듯 군데 군데 보도블럭 제색깔인 벽돌색을 내보이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겨울이라고 강변하듯 그나마 쌓여 있는 눈길이 마냥
좋기만 했다.
영하의 날씨속에 사람들이 총총거리며 그거리를 오갔다.
아이들의 요청으로 군밤을 사들고 우리도 그 사람들을 따라
총총거리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면서 벌써 마음은
저 앞에 보이는 시립미술관 앞마당에 솟아있는 상록수 만큼
푸르러져 있었다.

제1전시실을 둘러 보면서 아이들이 가장 지루해 했던것 같다.
밀레의 여정을 따라 그의 초기작들이 제일먼저 전시되어 있었는데
밀레의 초기의 그 조심스러운 마음을 아이들이 읽기라도 했던 걸까?
앞서간 고전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모사한 밀레의 초기작들은
사실 나에게도 별 감흥을 못 주었던것 같다.
그래, 그의 '만종'을 보거든 나 여기까지 품고 왔던 밀레의 그림에
대한 기대를 그 그림에 몽땅 풀어 놓으리라 다부진 결심을 하고
열심히 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아이에게 흥미거리가 되겠다 싶은 그림앞에선 나름대로 열심히
그림을 설명해 주었지만 초등학생인 큰 애는 그래도 질문을 하며
꼼꼼히 살피는데 유치원생인 아들녀석은 얼른 얼른 보고 나가잔다.

제2전시실에 그의 중기작품이랄수 있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실제로도 농부였다던 그의 그림엔 프랑스 전원과 농가의 풍경들
그리고 그 농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린 그림들이 많았다.
'실잣는 양치기소녀' '자비심' 어머니와 아들'
등 그시절의 농촌풍경을
가늠케 한 많은 작품들과 자화상을 비롯해서 주변의 인물들을
그린 초상화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밀레의 후기작과 그의 영향을 받은 인상파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제3전시실로 발길을 옮기면서 그제서야
마음이 부풀기 시작했다.
이젠 '만종'과 '이삭줍는 사람들'그리고 '양치는 소녀'등을
볼수가 있겠거니 싶어서...
거기서 고흐의 작품을 만난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고흐는 밀레의 그림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그가 존경하는
화가였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의 '별이빛나는 밤'이 밀레의 같은 제목의 그림과 나란히 걸려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탓인지
나란히 걸린 고흐와 밀레의 '별이빛나는 밤'은 황홀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이에게 물었다.
'별이빛나는 밤'의 두 그림중 누구 그림이 더 맘에 드냐?고.
아이는 붓터치가 부드럽고 전체적으로 온화한 색감으로 그려진
밀레의 별이빛나는 밤이 더 좋다고 했다.

'씨뿌리는 사람' 그리고 '낮잠'등 밀레그림과 그의 영향을
받은 고흐의 그림들이 비교하기 쉽게 나란히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전시된 그림이 다 끝나가는 데도 그의 대표작인
'만종'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이삭줍는 사람들'도,'양치기소녀와
양떼'도 볼수가 없었다.
그 작품들만은 프랑스에서 도저히 서울까지 올수가 없었던 것일까?
많이 아쉬웠다.
가고 싶지 않다던 남편까지 설득해서 오게 된건
그가 그래도 관심을 갖고 있던 밀레의 그림'만종'을 함께 감상하면서
그 그림이 주는 평화로움에 푹 젖고 싶어서 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고흐의 그림과 함께 감상한 3전시관의 그림들이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으니,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잠시 연인으로 돌아갈수 있었으니
그래도 행복했었음을...

'밀레'라는 화가 이름조차도 생소할수도 있었을 아이들에게
그의 이름과 그가 그린 그림의 실루엣이 잠시 동안 머물수 있었다면..
빛이 들어오고 한 배고픈노인이 문간에 서있고,
동정심 많은 젊은엄마가 아이들 시켜 '자비심'의 빵한조각을
건네는 풍경을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주던 밀레의 '자비심'한조각을
얻을수 있다면 오늘 이 작품전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